정부가 생활화학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 8,000곳의 제품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다. 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기 위해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도 마련한다.
환경부는 24일 생활화학제품 15종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 8,000곳으로부터 제품에 살생물질(biocide)이 포함된 경우 관련 자료를 다음달까지 제출받아 연말까지 위해성을 평가한다는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생활화학제품 15종은 페브리즈와 같은 탈취제, 스프레이형 방향제 등이 망라돼 있으며, 특히 이중 소독제ㆍ방충제ㆍ방부제 3종은 이미 정부가 지정한 살생물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민감해하는 품목으로 꼽힌다.
정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업체들로부터 생물을 죽이거나 활동을 저해하는 기능을 하는 화학물질(살생물질)의 함량과, 위해성 평가 자료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업체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1,000만원 이하)를 부과할 방침이다. 업체가 제출한 자료가 불충분해 위해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면 기업에 보완을 요청하고, 경우에 따라 정부가 직접 흡입독성 실험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위험한 것으로 판정되면 즉시 시장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다. 제품뿐 아니라 용기나 포장지에 사용되는 살생물질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주요 업체 20~30곳에 대해서는 따로 안전관리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제품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공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내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공산품, 전기용품 중 살생물질이 있는 제품에 대해서도 검사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현재 전기용품으로 분류되는 에어컨 항균필터는 살생물질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환경부가 주관하는 화평법 관리대상이 아닌 탓에 성분 공개 의무가 없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속력을 내는 이유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물질 전반으로 확산되는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 현상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정부는 최근 한국 P&G의 섬유ㆍ공기탈취제 제품인 페브리즈가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자 “포함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지만, 공포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스프레이형 탈취제와 방향제의 경우 최우선적으로 위해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전수조사와 동시에 정부는 다음달까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홍정섭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유럽의 살생물제 관리 체계 중 국내 적용이 가능한 부분들에 대해 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화학물질 관리가 부처별로 나누어져 있어 생기는 사각지대를 어떻게 줄여 나갈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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