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기관사가 승객들이 탑승한 상태에서 기내방송으로 딸 일행을 호출하고 기관실에 이들을 태운 채 열차를 운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기관사 A(50)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42분쯤 부산지하철 3호선 대저역~수영역 열차 기관실에 딸과 딸의 친구들을 태우고 운행했다.
기관실에 일반인을 태우려면 내부규정에 따라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A씨는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A씨는 딸 일행이 열차에 탑승하자 기관실과 연결된 1호차로 오라는 내용으로 안내방송을 내보내 승객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김모(46ㆍ부산 해운대구)씨는 곧바로 콜센터(1544-5005)로 연락해 민원을 제기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연인들을 위한 이벤트인 줄 알았지만 젊은 여성들이 우르르 기관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며 “호기심에 기관실 버튼이라도 누른다면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의 딸 일행은 기관실에 탄 채로 8개 정거장을 지나 미남역에서 하차했다.
조사결과 A씨는 딸을 안심시키려고 기관실에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동료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딸이 아버지를 걱정해왔다는 것이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규정을 위반한 A씨를 운행에서 배제시키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본인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라며 “딸을 안심시키려고 아버지의 직업을 체험하게 한 것은 이해하지만 기관실은 승객들의 안전과 관계된 만큼 규정 위반 사항에 대해 조사 후 징계를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