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동물간호사제도를 도입해 주사와 채혈, 스케일링 등 기초진료를 전담하는 3,000명 정도의 일자리를 양성하겠다고 보고했다, 동물의료가 미국 같은 진료 환경으로 개선되면 1만3,000명 정도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도 더해졌다. 하지만 수많은 동물병원과 임상수의사들은 정부가 관련 회의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허용범위 등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동물병원은 4,100개다. 이 가운데 소나 돼지 등 산업동물 전문 병원은 900개, 나머지 3,200개가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동물병원이다. 반려동물 병원 중에 1인 수의사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2,720개로 대다수다. 2~5인 수의사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은 416개, 5인 이상인 경우는 64개다.
약 80%를 차지하는 1인 수의사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의 경우 수의사보조원, 애견미용사 등 많아야 5명 정도가 근무한다. 여기서 수의사는 진료와 주사, 스케일링을 주 업무로 하며 수의사 보조인력은 환자 접수 및 관리, 보정, 입원견 관리, 애견미용사는 애견 목욕과 털깎이 등을 담당한다.
정부가 동물간호사들에게 허용하려는 스케일링과 주사는 동물들의 안전과 복지에 직결된 부분이다. 스케일링의 경우 동물은 사람과 달리 마취 후 진행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주사제의 경우 잘못 주사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진료비도 상승될 가능성이 있다. 동물간호사를 채용하면 병원 운영비가 당연히 올라갈 수 밖에 없어 진료비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동물간호사 제도 도입으로 일자리 창출이 된다는 얘기도 동의하기 어렵다. 이미 기존 인력들이 동물병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수의사법에 자가진료 조항이 있어서 수의사가 아니어도 강아지 공장이나 식용개 농장 주인들이 마음대로 제왕절개를 하고 임의로 약국에서 호르몬제, 항생제를 사서 주사할 수 있다. 따라서 동물간호사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 자가진료 조항부터 철폐를 논의해야 한다. 농림부는 이제라도 수의사법 시행령인 자가진료 조항 폐지를 검토하고 동물간호사 제도 도입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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