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업체 직원만 출입 가능”
공항공사 보안강화 조치
보안구역 오간 비상주 기사들
대부분 개인사업자ㆍ협력사 소속
출입증 반납 통보로 실직 우려
인천국제공항으로 면세품을 배달하는 배송기사 A씨는 최근 분통이 터지는 소식을 들었다. 공항에 상주하는 업체에 소속됐다는 사실을 증명할 4대 보험 가입 증명서를 6월 말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공항 보안구역을 오가는데 필요한 기존 출입증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송기사뿐 아니라 배송 보조요원도 해당됐다.
A씨는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배송기사 대부분이 개인사업자이거나 협력 회사 소속, 지입 기사로 상주 업체 직원이 아니라서 4대 보험 적용 대상자가 될 수 없다”며 “출입증이 없으면 보안구역을 오갈 수 없게 돼 출입증 ‘반납’은 곧 일을 잃는다는 의미”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입점 업체들과 계약을 맺은 물류운송업체들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개인사업자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서 해당 사업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23일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보안을 강화하고 물류운송업체들의 재하도급 관행을 없애기 위해 최근 정규 출입증 발급 시 상주업체에 소속된 사실을 증명할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정규 출입증은 상주기관ㆍ업체, 건설공사 등으로 3개월 이상 공항에 머물러야 하는 계약업체들에게만 발급된다. 출입증이 없으면 정규 출입증 소지자의 인솔아래 보안구역 출입이 가능한 3개월짜리 임시나 단기(24시간)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밀입국 사건 등이 터지고 인천공항공사가 3월쯤부터 보안 강화를 명목으로 보험 가입서를 받는 방식으로 1차 도급까지만 한계를 두도록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항공사측은 이들 사업자가 규정을 어기고 정규 출입증을 발급 받아 공항 보안구역을 오간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배송기사들의 생계문제에 대해서도 면세점 등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비상주 배송기사들이 정규 출입증을 이용해 보안구역을 오간 그간의 관행을 하루 아침에 뒤집는 것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A씨는 “협력 회사도 아닌 원청 회사 정식 직원만이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 원청에서 나이든 배송기사와 보조요원을 직원으로 채용할 리 만무하다”며 “수년 동안 신원 조회, 보안교육을 정기적으로 받고 계류장 통과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일해왔는데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면세점의 한 관계자도 “입점 업체들은 공사 측이 룰을 정하면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 배송문제가 생길게 뻔하더라도 할말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면세품 배송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우려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비상주 배송기사들이 정규 출입증을 이용해 보안구역을 오가는 등 그 동안 물밑에서 벌어진 물류운송업체들의 재하도급 관행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출입증 발급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규정대로 (출입증 발급을 위해) 4대 보험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니 못 내는 경우가 생겼고 파악해보니 재하도급 계약이 있어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며 “재하도급 배송기사 문제는 면세점과 입점 업체들, 물류업체들이 잘 협의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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