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쩐 주석 회담
베트남 무기 금수 조치 해제 등
전면적 화해 협력 관계 구축
“남중국해 평화적 해결”불구
베트남 군비 증강 길 열어줘
‘中의 군사적 패권’견제 의지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이로써 1964년부터 10년 전쟁을 치렀던 양국은 종전 41년 만에 전면적인 관계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국제사회는 양국이 이념을 넘어 전면적인 화해ㆍ협력 관계를 구축한 점을 평가하면서도 양국의 협력 강화가 남중국해 상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ㆍ안보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특히 “무기 금수 해제가 베트남 안보를 강화하고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무기 수출은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20년 만인 1995년 국교를 정상화했지만 미국이 살상무기에 대한 금수조치를 단행하면서 실제로는 정상적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은 2014년 해양안보에 관한 일부 무기 금수를 일시 해제하면서도 베트남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금수조치를 전면적으로는 풀지 않았다. 이에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겪는 베트남은 군비 증강을 위해 무기 금수 전면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양국이 군사안보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은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양국 정상은 실제 이날 회담에서 남중국해 상의 영유권 분쟁 악화 방지와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금수 해제는 전적으로 베트남과의 관계정상화를 향한 장기적 노력의 산물”이라면서 중국을 향한 공동대응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수 해제에 맞춰 베트남이 미군의 재주둔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군사적 패권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내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금수를 해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쩐 주석은 “지난 30년 동안 헌법 개정 등 인권 보호와 언론 자유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베트남 내 인권 문제는 미국의 시각과 차이가 있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한 대화와 상호 이해를 통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또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 추진을 가속화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베트남은 또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후반 역점 사업인 기후변화협약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고, 미국 보잉사 항공기 100대 구입 등 17조원 상당의 양해각서에도 사인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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