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하며 양국은 베트남전 종전 41년 만에 ‘전면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양국 관계의 정상화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공통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미국이 베트남을 앞세워 중국의 패권확장을 저지하려다 도리어 남중국해 상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트남은 그 동안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양강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쳐 왔다. 미ㆍ중 도 베트남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 왔다. 최근 베트남이 미국에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직접 베트남을 방문해 8,000억원 규모의 건설 투자를 약속하는 등 선물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남중국해 상에서 군사적 갈등도 마다하지 않고 영유권 분쟁을 가속하며 베트남은 급속히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중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난사ㆍ南沙 군도)와 파라셀 군도(시사ㆍ西沙 군도)에 최근 활주로 등 군사시설을 구축하자 베트남은 강력 반발했다. 미국도 스프래틀리 군도 근처에 함정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등 중국의 군사력 확대 저지에 나섰다. 오바마 행정부는 범위를 넓혀 필리핀에 사실상 반영구 기지를 확보, 20년 만에 전투기와 함정을 배치하고 호주 북부에서 해병대 훈련을 시작하는 등 중국 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해제하면서, 남중국해를 놓고 벌어지는 미국-베트남간 대중국 공조체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23일 양국 정상회담장 주변에서는 미국의 시혜적 금수 조치 해제에 호응해 베트남이 중남부 깜라인만에 미군 주둔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 나왔다. 깜라인만은 베트남과 중국이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스프래틀리ㆍ파라셀군도와 가까운 군사적 요충지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핵심 거점으로 여겨진다.
반면 양국의 군사 협력이 급속도로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도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경제ㆍ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일각에서는 베트남이 중부 도시인 다낭에 미군의 군수 물자를 배치하는 방안부터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낭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스프래틀리ㆍ파라셀군도와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 중국에 대한 도발 색채가 상대적으로 옅다.
미국과 베트남이 펼치고 있는 남중해 상의 ‘대중국 봉쇄 작전’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다 자칫 남중국해 상의 군비증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머레이 히버트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중국은 이번 조치를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개입으로 해석할 것”이라며 “오히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CNN에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m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