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를 맞은 23일 친노(친 노무현)의 성격과 정체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친노와 친문(친 문재인), 비노(비 노무현)의 시각 차가 드러난 설전이었다. 친문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손 당선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정치권 사람들은 친노라 읽고 ‘대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기는커녕 더 불어나고 더 강해져만 가는 야당 내 주류, 친노가 부럽기도 두렵기도 할 것”이라고 적었다. 손 당선자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지난해 당의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인사다. 그 동안 친노ㆍ친문 진영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에 앞장서 맞서왔다.
손 당선자의 발언은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전날 더민주의 4ㆍ13총선 호남패배에 대해 “친노가 아닌 친문(친문재인)에 대한 반발”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 의원들은 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친노와 친문을 구분한 뒤, 친노 껴안기에 나서고 있다. 손 당선자는 박 의원을 겨냥해 “더 강해져만 가는 친노 세력이 부럽기는 한데 그 중심에 문재인이 버티고 있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를 참 어렵게 빙빙 돌려 얘기 한다” 고 꼬집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인 김경수 더민주 당선자는 이날 라디오 방송 프로에서 “친노 세력이 정치권에서 계파로서 큰 의미가 없어졌다”며 손 당선자와 반대의 말을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에 동의하고 이를 좋아한다는 의미에서의 ‘친노’는 존재한다”면서도 “지금 정치권의 친노 논란은 친노 프레임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정치세력에 의한 것이거나 흥미 위주의 접근”이라고 했다. 친노의 패권이나 계파 논란이 20대 총선을 계기로 정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표도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소망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그 분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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