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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20대 살인 사건 추모 현장 폭행 논란 경찰 수사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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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20대 살인 사건 추모 현장 폭행 논란 경찰 수사로 비화

입력
2016.05.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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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출구 외벽에 붙어 있던 20대 살인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쪽지들이 23일 서초구청으로 옮겨져 전시돼 있다. 이 쪽지는 이날 오후 다시 서울시청과 대방동 여성프라자로 옮겨졌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mkooilbo.com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출구 외벽에 붙어 있던 20대 살인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쪽지들이 23일 서초구청으로 옮겨져 전시돼 있다. 이 쪽지는 이날 오후 다시 서울시청과 대방동 여성프라자로 옮겨졌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mkooilbo.com

서울 강남 20대 여성 살인사건을 둘러싼 성별 갈등이 경찰 수사로 비화하고 있다. 당초 피해자 A(23ㆍ여)씨에 대한 추모로 여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김모(31)씨가 폭행당한 사건을 강력팀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일 분홍색 코끼리 탈을 쓰고 ‘육식동물이 나쁜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겁니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ㆍ여 함께 만들어요’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추모 현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남성 성기를 연상케 하는 분홍 코끼리가 여성을 우회적으로 조롱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고, 일부 추모객들이 “추모 공간에 코끼리 탈을 쓰고 온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김씨의 탈을 벗기는 과정에서 몸을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김씨는 2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김씨는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와 ‘일간베스트저장소’에 남긴 글을 통해 자신의 탈에 ‘일베충(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을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붙인 여성과 A씨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남성, 자신을 폭행한 남성 등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A씨 남자친구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김씨를 폭행한 이들을 추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여중생 폭행사건도 확인하고 있다. 22일 오후 온라인에서는 추모현장에 참석한 한 여중생이 ‘남혐ㆍ여혐 싫다, 서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가 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글과 동영상이 퍼졌다. 경찰은 아직 관련 고소ㆍ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은 만큼 동영상 등 분석을 거쳐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성별 갈등은 급기야 추모 쪽지 훼손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세워진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이 세워지자 시민들은 ‘사회의 악 일베 OUT’ 등의 문구가 담긴 포스트잇을 화환에 붙였고, 20일 누군가 이를 떼어내 불태웠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강남역 출구 한 켠을 가득 메웠던 추모쪽지는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철거됐다.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모인 자원봉사자 50여명은 이날 새벽 쪽지를 일일이 떼어내 미리 준비해 온 스티로폼 판넬에 옮겨 붙였다. 수거된 추모 쪽지와 국화꽃 등은 1.5톤 트럭 1대 분량으로 자정 무렵 시작된 작업은 오전 6시가 돼서야 끝났다.

이날 철거는 24일 예보된 비로 추모쪽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네티즌이 온라인상에서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며 성사됐다. 수거된 쪽지는 이날 오전 서초구청에 전달됐고, 오후에 다시 서울시청으로 옮겨졌다. 서울시는 추모 쪽지 가운데 상징성이 있는 내용을 추려 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전시하고, 나머지는 동작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 영구보존할 계획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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