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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권성민 PD "예능국 자유로움 많이 경색... 그렇다고 위축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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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권성민 PD "예능국 자유로움 많이 경색... 그렇다고 위축되지 않을 것"

입력
2016.05.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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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민 MBC PD.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권성민 MBC PD.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편집하느라 밤 새고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다 보면 곧 익숙해지겠죠?”

1년 반 만에 돌아온 MBC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서울 상암동 신사옥 시대는 어느덧 2년째에 접어들었고 그 사이 수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사랑과 혹평을 번갈아 받으며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권성민(30) MBC PD는 2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복직 소식을 듣고 한 번도 일해보지 않은 새로운 사옥에 오니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처럼 실감이 안 난다”며 소회를 밝혔다. 권 PD는 본인이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에서 지난 12일 대법원이 MBC의 해고는 부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함에 따라 이날 복직 첫 날을 맞았다. 웹툰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고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최근 복직 판결을 받은 권성민 PD(왼쪽에서 세 번째)가 23일 오전 MBC노조 조합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서울 상암동 MBC 사옥으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최근 복직 판결을 받은 권성민 PD(왼쪽에서 세 번째)가 23일 오전 MBC노조 조합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서울 상암동 MBC 사옥으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권 PD가 법정싸움을 하는 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4월 김영희 PD를 시작으로 최근 김유곤, 전성호 PD 등 1년 새 10명에 가까운 베테랑 예능 PD들이 MBC를 떠난 상황이 그에겐 “가장 큰 변화였다.” 권 PD는 “동료 PD들이 (복직을) 제일 반가워하지만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이지는 않더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예능국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많이 경색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복직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2012년 공채로 MBC에 입사한 권 PD는 2014년 ‘사남일녀’ 조연출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다. 2014년 5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비판하고 사과하는 의미에서 ‘엠빙신(MBC를 비하하는 말) PD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가 정직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정직이 끝나기 무섭게 비제작 부서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발령을 받은 그는 자신의 처지를 ‘유배’에 비유한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되기에 이른다. 권 PD는 “나를 예뻐하지 않는 회사가 다른 빌미로 언제든 혼을 내기 위해 벼르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SNS 활동과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이유로 해고와 정직을 반복하다 지난 3일 결국 사표를 낸 이상호 전 MBC 기자의 경우를 생각하면 마음은 더욱 불편하다. 권 PD는 “그렇다고 스스로를 검열을 하거나 위축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콘텐츠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PD라는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의 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은 해고 이후에도 계속 됐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에서 객원 PD로 활동했고 ‘해고 요건’ 등의 내용을 다룬 웹드라마 ‘치안전문주식회사 저스티스’를 기획해 제작했다. 지난해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영상제작실습을 강의했고, 최근엔 MBC에서 해고된 박성제 기자와 ‘쿠르베 스피커&여행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어쩌면 해고 이전보다 더 숨가쁜 일상을 살았다. 권 PD는 “방송국 안에서 못 만드니 밖에서라도 콘텐츠를 만들자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했다”며 “MBC 예능 프로그램 모니터링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외 활동들이 예능프로그램 만드는 데 특별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웃었다. 고된 싸움에 지쳤을 만도 한 권 PD는 “2년 전으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으냐”는 우문에 “후회가 전혀 없는 걸 보면 그렇다”는 현답을 내놓기도 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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