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 /사진=연합뉴스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의 주무기는 누가 뭐래도 '돌직구'다. 묵직한 공을 앞세워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오승환의 직구 시속은 평균 148.7㎞로 리그 평균 149.1km보다 느리다. 155㎞이상의 '파이어볼러'가 즐비하지만 오승환은 부족한 속도를 공의 회전수로 상쇄한다. 그의 직구는 분당 2,320번 회전하면서 날아간다. 리그 평균(2,241회)보다 79번 많은 회전이 걸린다. 회전수가 높을수록 공은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 볼 끝이 살아 있는 느낌이 들고, 타자는 공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직구 하나만으로 오래 버틸 수 없다. 타자들이 직구만 노리고 들어가면 타이밍을 쉽게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무기가 필요하다. 오승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삼성 시절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2가지 구종으로 최고 마무리 자리에 올랐지만 2014년 일본 한신에 입단하면서 새 무기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했다. 그는 자신의 투심에 대해 "포크볼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효과가 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투심을 결정구로 종종 활용하며 세이브왕 자리를 지켰다.
오승환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국 무대로 도전을 선택하면서 또 하나의 무기를 추가했다. 기존 구종은 모두 시속 140㎞이상이었지만 130㎞까지 떨어트리는 체인지업을 가다듬었다. 메이저리그 기록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오승환은 직구 55.5%, 슬라이더 20.2%, 체인지업 16.2%, 투심 7.5%, 커브 0.6%의 구종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
한계를 모르는 오승환의 진화는 빅리그 첫해부터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는 23일 현재 21경기에 나가 1승 6홀드 평균자책점 1.19(22⅔이닝 3실점) 를 기록했다. 삼진은 총 31개를 잡았고 9이닝당 삼진은 12.31개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75로 팀 내에서 1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가운데 가장 낮고,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역시 0.8로 선발 하이메 가르시아와 함께 공동 1위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23일 오승환의 기량에 높은 평가를 했다. 이 매체는 "세인트루이스에 오승환과 케빈 지그리스트가 없었다면 트레버 로젠탈이 못 나오는 날 고민이 됐을 것"이라며 "오승환은 임시 마무리 후보"라고 전했다. 기존 마무리 로젠탈의 휴식이 필요한 날 오승환이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ESPN은 "지그리스트의 삼진율은 38.5%나 된다. 오승환은 더욱 인상적인데 WAR 0.8로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 중 6위다. 삼진율(36.5%) 역시 12위고, WHIP(0.72)은 10위"라고 소개했다. 오승환은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데릭 릴리퀴스트 투수코치와 영상 전력분석원, 그리고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가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오승환은 이날 팀이 애리조나에 2-7로 패해 등판하지 않았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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