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젊은 현악기 명장이 권위 있는 국제 바이올린 제작 대회인 제13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에서 1, 2위를 석권했다. 더군다나 5년마다 열리는 이 콩쿠르의 직전 대회 1위 수상자도 한국인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음악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5일 폴란드 포즈난에서 막을 내린 콩쿠르 결선 결과 한국인 박지환(34)씨가 출품한 바이올린 2대가 각각 1위와 2위로 선정됐다. 제작자 1인당 최대 2대까지 출품할 수 있는 이번 콩쿠르에는 약 120대의 바이올린이 심사에 올랐는데 박씨는 ‘오르소(Orso)’라고 이름 붙인 악기로 164.60점을 얻어 최고상을, ‘마샤(Masha)’라는 악기로 163.95점을 받아 폴란드 제작자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2위 악기로는 예선격인 제작 심사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출품작에 별도로 수여되는 ‘최고제작상’도 함께 받았다.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는 폴란드의 바이올린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1835~1880)를 기리기 위해 1935년 제정됐으며 4년마다 열리는 연주 콩쿠르와 5년에 한 번 개최되는 제작 콩쿠르로 나뉜다. 이번에 박씨가 수상한 제작 부문은 1957년부터 국제대회로 열리고 있으며 주요 국제 현악기 제작 콩쿠르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 됐다. 현악기 본고장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3년마다 열리는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현악기 제작 콩쿠르’, 독일 ‘미텐발트 국제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 등과 함께 최고 권위의 대회로 평가 받는다. 비올라와 첼로까지 아우르는 다른 콩쿠르와 달리 바이올린만을 대상으로 하며, 만듦새를 평가하는 한 달간의 제작 심사와 1주일에 걸쳐 독주와 피아노ㆍ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소리를 평가하는 소리 심사를 거쳐 최종 우승작을 선정한다.
이 콩쿠르에서 제작자 한 사람이 1, 2위를 휩쓴 것은 콩쿠르 역사를 통틀어 1972년, 199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박씨는 서울시립교향악단 트럼펫 주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음악 전공을 모색하다 바이올린 제작으로 진로를 바꿔 크레모나에 있는 국제 스트라디바리 현악기 제작학교에서 수학했다. 2010년 졸업 후 현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을 운영하는 그는 2012년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비올라 부문 8위, 지난해 같은 대회 첼로 부문 8위와 바이올린 부문 결선 진출 등 꾸준히 성과를 올리다 이번에 우승을 안았다.
이 콩쿠르의 직전 대회인 2011년 제12회 대회에서는 역시 한국인인 김민성씨가 1위와 함께 베스트셋업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박씨 외에 한국인 서성덕씨도 결선에 진출해 8위에 오르는 등 유럽 출신과 일본인들이 주로 입상해온 국제 현악기 제작 콩쿠르에서 한국 제작자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모양새다. 박씨는 1위에 주어지는 2만유로 등 모두 2만3,000유로의 상금을 받았다. 우승작은 협회 재단에 기증돼 전시와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대여용으로 사용된다.
박씨는 “보통 바이올린 제작가의 전성기를 40, 50대로 잡는데 짧은 경력에 무거운 상을 받아 부담도 된다”며 “최근 크레모나로 유학 와 본격적으로 제작을 공부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인 제작가도 있다는 사실을 안팎으로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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