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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차기 대선후보 감별법

입력
2016.05.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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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0여 일 정도만 있으면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개최된다. 선수들은 메달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지켜보는 지구인들은 기록과 명승부의 경연장이 될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호한다. 이러한 지상 최대의 행사에 가장 불행할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다. 최초의 브라질 여성 대통령으로 많은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최고의 권좌에 올랐다.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은 국영 정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와 관련된 비리로 탄핵위기에 몰려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년 재선 당시에 경제 적자를 숨기기 위해 브라질 국가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 직무는 정지되었고 호세프 정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지카 바이러스 위기,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뚫고 도약하고자 했던 브라질은 엉뚱한 날벼락을 맞은 모습이다. 브라질보다 더 심각한 지도자 리더십을 일찍이 보인 국가는 그리스였다. 파르테논과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상징되는 그리스는 세계 문명의 찬란한 유산을 가진 나라이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소용돌이 속에서 발칸반도의 헬라스 공화국은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말았다. 국가 경제력보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복지 정책을 추진한 데 대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 지하경제는 심각한 지경이었고 제대로 세수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사후약방문 같은 원인 분석이 뒤따르지만 근본적으로는 무능했던 국가 리더십으로 설명하는 게 더 설득력 있다. 국가 부도 사태가 예고되었지만 집권만을 생각한 그리스 사회당은 정책의 변화 없이 위기 상황을 쉬쉬하며 수수방관했다.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유권자가 현명하게 감별하지 못한 탓도 크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우리 사회는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관심으로 시끌벅적하다. 선거 결과로 보여준 국민의 준엄한 메시지를 정치권이 제대로 이해했더라면, 다음 대통령에 대한 갑론을박보다 민생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이런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선거 이후 어느 정당도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고 각 정당의 지도 체제에 대한 당 내외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를 해결할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임기 4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한몫했다. 대통령 지지율이라도 높았다면 국정 운영에 고삐를 쥐고 국회를 견제할 수 있겠지만 선거 결과로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한편으론 민생에 집중하고 싶겠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이미 무너진 정치권에 대한 신뢰와 침몰하는 산업 현장과 국민 경제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건 정치권의 차기 대선 세몰이에 국민이 어영부영 휘둘리는 모습이다. 단언컨대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뽑는 방법이 인기투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브라질 국민과 그리스 국민은 인기를 좇아 대통령을 선택했다가 지금 큰 낭패를 당하고 있다. 우리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선 후보가 아니라 국정을 잘 운영할 프로페셔널을 골라내야 한다.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이자 남북이 대치 중인 안보 중요국가의 지도자는 진정한 능력자라야 한다. 특정 지역, 특정 정당, 특정 이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은 애당초 자격을 상실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통치 철학이 뚜렷해야 하고 경제 지식은 정책을 충분히 이해하는 수준이라야 하며 주변에 될 성 부른 인재로 넘쳐나는 인사 능력자라야 한다. 국민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는 이런 능력을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쫓을 수 있는 성격이어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되도록 ‘차기 대선후보 감별법’을 올바로 작동시키면 좋겠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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