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제69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폐막식 이후 발표되는 벌칸상에 류성희 미술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아가씨'는 23일(한국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그 어떤 부문에서도 호명되지 않았다. 파격적인 동성애 연기를 펼쳤던 김민희도 여우주연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4년 '올드보이'(57회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62회 심사위원상)로 칸영화제에 나타났다 하면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박 감독이지만, 이번엔 그 기록이 깨진 듯 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류 미술감독이 벌칸상을 수상했다. 벌칸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인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한국영화인이 이 부문에서 수상을 거머쥔 것은 처음이다. 류 미술감독은 '살인의 추억' '달콤한 인생' '괴물' '마더'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올드보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에 참여했다.
'아가씨'는 대한민국 영화로 4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자체로 큰 의미를 남겼다. '깐느 박' 박 감독은 한국 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재확인시켰다. 대외적인 성과도 분명했다.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아가씨' 판권을 구매해갔다. 무려 175개국.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세운 167개국 판권 판매 기록을 넘어섰다. 이로써 박 감독의 국제적인 영향력과 '아가씨'의 상업성을 제대로 인정받은 셈이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받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비경쟁부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미드나잇 스크리닝),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감독주간 단편),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시네파운데이션)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곡성'에 대한 해외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나 감독은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이 상영관에서 나와 차까지 배웅을 해주셨다. 세 번째 경험하는 칸이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영화 자주 만들라며 멜로도 권하셨다"면서 현지의 치솟는 관심에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황금종려상은 노장감독 켄 로치에게 돌아갔다. 영화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로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로치 감독은 10년 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59회)으로 황금종려상을 타갔으며, 그 동안 수 차례 칸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아온 거장이다. 2014년 제6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지미스홀'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하고 내놓은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로 칸영화제 최고 영예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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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켄 로치(아이, 다니엘 블레이크)
심사위원대상=자비에 돌란(단지 세상의 끝)
감독상=크리스티안 문주(그래듀에이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퍼스널 쇼퍼)
남우주연상=샤하브 호세이니(세일즈맨)
여우주연상=줄리오 디아즈 (마 로사)
심사위원상=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아메리칸 허니)
각본상=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세일즈맨)
명예황금종려상=장 피에르 레오
사진=CJ엔터테인먼트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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