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9단
흑 박진솔 6단
<장면 2> ‘세상사 새옹지마’라더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바로 그 격이다. 대결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바둑계의 반응은 ‘이기면 본전, 지면 개망신’이라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우승상금 100만 달러를 거저먹게 됐으니) 이세돌은 복도 많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알파고의 기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했고 결국 이세돌이 1승4패로 패하면서 우승상금도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한데 뜻밖의 대반전이 일어났다. 비록 승부는 졌지만 ‘인간이 만든 바둑의 신’에 당당히 맞서 싸운 이세돌의 도전정신과 투혼이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이세돌은 하루아침에 ‘인류의 자존심을 구한 영웅’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각종 CF촬영 제의가 쇄도, 우승상금보다 훨씬 많은 부수입까지 챙겼으니 당초 바둑계의 반응 가운데 ‘이세돌은 복도 많다’던 얘기 하나는 제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박진솔이 좌하귀에서 서둘러 실리를 챙긴 게 성급했다. 상변을 먼저 지켰어야 했다. 당장 10 때 응수가 어렵다. <참고1도> 1이면 2나 A를 당해서 불만이라고 생각하고 11로 좌우의 흑돌을 연결하려 했지만 초반부터 돌이 2선으로 향해서 좋을 리가 없다. 지금은 <참고2도> 1로 가볍게 처리해서 중앙 백의 두터움을 지우는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이세돌이 12, 13을 교환한 다음 14로 마늘모한 게 날카로운 추궁이다. 단박에 흑이 곤란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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