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중공업이 국내 조선 2위로 도약하는 등 전세계 수주 가뭄으로 조선업계 전반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중형 조선사들이 악조건 속에도 꾸준히 실적을 올리는 반면 기존 대형 조선업체들이 좀처럼 수주를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23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58만1,000CGT(표준화물선 환산t수)였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21만4,000CGT로 1위였고 현대삼호중공업(16만9,000CGT), 대우조선해양(16만8,000CGT), 현대미포조선(3만CGT) 순이었다. 삼성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등은 이 기간 수주가 전혀 없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체들만 따진 시장 점유율은 현대중공업이 36.8%, 현대삼호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각각 29.1%와 28.9%로 3강 체제를 구성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국내 조선업계 2위까지 오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체 시장 점유율은 현대중공업(26.2%), 대우조선(20%), 삼성중공업(18.8%) 순이었으며 현대삼호중공업(18.1%)과 현대미포조선(8.1%), 한진중공업(0.5%)이 뒤를 이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가뭄으로 기존 조선 빅3가 정신을 못 차리는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액수는 크지 않지만 꾸준한 수주로 단숨에 2위 조선사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 조선 빅3가 최근 수주 시장에서 맥을 못추며 현대삼호중공업 등 중형 조선사에 밀리는 이유는 극심한 불황 때문이다. 저유가 등으로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네이너선 발주가 사라지고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선), 드릴십 등 고가 선박마저 발주가 뜸해진 데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크고 비싼 선박을 독차지해온 조선 빅3로선 급작스러운 시장 환경 변화에 난감한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 발주 시장에서는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등 중소형 선박만 나오는 데다 중형급 이상이 발주된다고 해도 중국이나 일본 업체들이 선박 금융까지 제시해 조선 빅3가 수주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고 전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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