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노선이 빠르게 ‘주류화’로 돌아서고 있다. 대외정책을 놓고 막말과 좌충우돌로 일관하던 트럼프가 대선 본선을 겨냥해 외교ㆍ안보팀을 구축한데 이어 미국 외교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장관 등과 회동하는 등 자신의 외교 구상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다듬어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캠프 외교ㆍ안보팀 수장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은 22일(현지시간) “국가방어와 외교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기본적 철학과 접근은 키신저 식 모델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은 현실주의이며 신중함”이라며 “위험지역에 미군을 배치하는데 더욱 신중해지는 것, 민주주의가 준비되지 않은 국가에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과도한 변화를 추구하는데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정통 보수주의를 이탈한 보호무역주의와 동맹 압박 등에 기댄 ‘신(新) 고립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라는 게 세션스 의원의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죽(竹)의 장막’을 걷어내면서 1971년 미ㆍ중 수교를 끌어내고 소련과 군축협정을 체결하는 등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던 키신저 전 장관의 외교노선을 트럼프가 답습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션스 의원은 “트럼프의 본능이 정말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며 “힘에 의한 평화를 그는 믿는다. 우리에 대한 위협을 식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트럼프는 동시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며 우리의 동맹으로부터 더욱 많은 지원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최고의 인물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의 일성으로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 설치’를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고립주의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외교ㆍ안보 화두를 던졌다. 무슬림 입국 금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0ㆍ나토)와의 방위비 재조정, 주한미군 철수 시사와 한일 핵무장 허용론,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등이 그것이다. 이런 ‘깜짝 발언들’로 흥행몰이를 이어온 것도 사실이지만 각종 여론조사 등을 보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국익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점증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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