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명 접수자 중 303명 달해
생활고 탓 치료 포기 사례도
전담기구 설치, 특별법 제정 필요
정부가 530명의 접수자를 대상으로 벌인 1, 2차 실태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3, 4단계 피해자는 절반이 넘는 303명(47명 사망)이다. 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ㆍ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성분 제품 사용자의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접수한 피해자 1,528명 중 CMITㆍMIT 성분의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167명이며, 이 중 37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정부 조사에서 1, 2단계 판정을 받은 것은 단 세 명뿐이다.
3, 4단계 피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는 인과성 조사와 피해 인정 전에 긴급 의료비 지원을 해주는 일이다. 4단계 피해자 유현수(71ㆍ가명)씨처럼 중증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지만 생활고 탓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일 피해자들에게 생활비 지원까지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대상은 1, 2단계 피해자에 한정된다. 하지만 긴급 지원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총리실 산하에 가습기 살균제 전담기구를 설치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3, 4단계 피해자들은 CMITㆍMIT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애경 등 업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검찰이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 결과만 믿고 애경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유해성이 있다는 사실이 먼저 검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금까지 제대로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3, 4단계 피해자들 모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너나우리’의 대표 이은영(40)씨는 “등급을 받은 순간부터 우리는 정부와 검찰, 가해기업 모두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그 책임이 정부에 있지만 환경부 장관은 ‘내가 왜 피해자를 만나느냐’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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