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부터 국빈방문하는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 아프리카 3개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나라들이다. ‘부녀 대통령과 아프리카의 대를 이은 인연’이 이번 순방의 관심 포인트가 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이 3개국과 수교한 것은 모두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이었다. 에티오피아, 우간다와는 1963년, 케냐와는 이듬해 수교했다. 케냐는 1963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국제사회에서 공화국으로 승인 받기까지 약 1년이 걸렸는데, 박 전 대통령이 63년 12월 “케냐를 국가로 인정한다”고 지지한 것을 여전히 고마워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예방한 은고비 키타우 주한 케냐 대사는“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는 우루후 케냐타 대통령은 양국 수교 때 케냐 대통령이었던 케냐의 국부(國父) 조모 케냐타의 아들로 2013년 당선됐다. 생전에 만나지 못한 부친을 대신해 2세 대통령들이 만나게 되는 셈이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때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한 나라로 요즘은 새마을 운동 배우기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지난해 4월 ‘대구 세계 물 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물라투 테쇼메 에티오피아 대통령이 첫 번째 일정으로 경북 구미의 새마을역사관과 박 전 대통령 생가부터 찾았을 정도다. 박 대통령의 숨은 실세로 불렸던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이 이끄는 팀이 올 3월 에티오피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새마을운동 교육을 하기도 했다.
우간다는 북한의 오랜 우방이지만,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일군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해 한국을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우간다에서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새마을운동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로 하는 등 박 대통령의 방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3개국에 이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고 귀국하는 길에 남동부의 그르노블에 들러 창조경제 행사에 참석한다. 그르노블은 1970년대 과학 거점으로 육성된 작은 도시로, 1974년 프랑스 유학을 떠난 박 대통령이 머물렀던 곳이다. 그르노블대에서 어학 연수를 하던 박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육영수 여사의 피격 사망으로 급히 귀국했다. 박 대통령이 그르노블을 다시 찾는 것은 42년만이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그르노블 생활을 그리며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기타 연주에 맞추어 온 가족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참 평화로웠다. 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나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보면서…”라고 썼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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