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서비스인 P2P 대출은 은행 문턱이 높은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했죠.”
P2P 대출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인 피플펀드의 김대윤(35) 대표는 20일 창업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06년 영국에서 시작된 P2P 대출 서비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 30조원 규모의 금융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성공 사례인 ‘렌딩클럽’을 모델로 국내에서도 2014년부터 8퍼센트, 렌딧, 테라펀딩 등 P2P 대출 서비스가 출시됐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는 모두 금융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출 플랫폼을 운영하는 모회사와 대부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로 나눠 등록한 뒤 대부업체 자격으로 활동하는 방식이다. 반면 피플펀드는 시중 은행인 전북은행과 손잡고 은행의 부수업무로서 P2P 대출을 내 놨다. 피플펀드가 인터넷으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을 전북은행에 맡기면 전북은행이 이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형태다. 국내에서 P2P 대출로는 처음으로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은 배경이다. 김 대표는 “대부업체로 등록하는 대신 은행과 제휴를 맺고 운영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와야 했지만 P2P 대출 업계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맥쿼리은행과 세계적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 등에서 근무하다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했다. 이후 모바일 단어 사전 앱 ‘비스킷’을 만든 크로키닷컴에 이어 2015년 피플펀드를 창업했다.
이런 그에게도 P2P 대출 사업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는 “제주은행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모든 은행을 다 만나봤지만 대부분 관심이 없었다”며 “다행히 전국 단위 고객을 확보하고 싶어 하는 전북은행을 만나 계획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규제였다. 전북은행과 시스템 통합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시범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금융감독원이 갑자기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합법인지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한달 뒤인 12월 금융위는 은행의 수익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부수업무로 신고할 경우 합법이란 해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피플펀드는 원래 지난달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또 다시 약관 내용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발목을 잡았고, 지난 13일에서야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결과 피플펀드는 지난해 2월 법인 설립 이후 꼬박 1년 3개월 만인 오는 30일 서비스를 시작한다.
김 대표가 이런 길을 택한 것은 은행을 통하지 않을 경우 과도한 송금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P2P 대출은 100만원을 빌릴 때 1만원씩 100명에게 투자를 받는 시스템이어서 많은 송금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와 대출자가 수 만명 단위로 불어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기존 P2P 대출업체처럼 대부업으로 등록할 경우 좋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는 피플펀드의 등장이 금융업계에도 긴장감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김 대표는 “P2P 대출은 중소기업 근로자, 저신용자 등도 성실하게 갚을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 있다”며 “대부분 사람들에게 여전히 높은 은행의 문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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