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주도 정치결사체 위해
박형준, 싱크탱크 앞장서며 존재감
정병국은 최경환과 당권 싸움도 각오
박근혜 정부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옛 친이계가 최근 들어 정치적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친이계 복원이라기 보다는 저마다의 비전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데 힘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정계 개편 기류 속에서 옛 친이계가 새누리당 비박계 또는 여야 정치권의 제3지대 결집을 주도하는 응결핵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최근 상임위 차원에서 상시 청문회를 열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직권상정 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했던 ‘국회법 파동’을 연상하는 이들도 있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정 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제3의 정치결사체’ 만들기에 적극 나서며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그 모태가 될 싱크탱크 ‘새 한국의 비전’의 원장으로 내정된 박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개혁적 보수를 묶은 뒤 국민의당과 연대를 모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이렇다 할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제3의 정치결사체가 차기 주자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 역학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타내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개혁 보수의 대표주자 격인 유승민 의원에 더해 수도권 비박계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정치적 파괴력이 상당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 의장이 킹 메이커가 될지 스스로 킹이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옛 친이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새누리당 당권을 겨냥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 의원 측은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내 소장ㆍ개혁파의 뿌리로 여겨지는 정 의원은 지난 16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20대 국회 협치(연정) 가능한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차기 당권주자로서 ‘혁신’과 ‘킹 메이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남 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며 구원 등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직면한 최대 위기는 결국 야권을 압도할만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는 것 아니겠냐”며 “옛 친이계도 대선을 향한 로드맵을 그리며 여권의 중심으로 귀환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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