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 전세계가 테러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추락 당시 기내 곳곳에서 연기가 발생하며 화재 감지 센서가 작동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각에서는 기체 결함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각종 추정이 난무하고 혼선이 거듭되는 가운데 2년 전 테러가 예고됐다는 음모론까지 나돌자 프랑스와 이집트 당국은 “블랙박스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집트항공 MS804여객기의 추락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프랑스항공사고조사국(BEA)은 21일(현지시간) “여객기의 ‘항공기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이 관제 당국과 데이터 전송이 끊기기 전 기체에서 연기가 감지됐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고 밝혔다. ACARS에 따르면 19일 오전 2시 26분 조종실 근처 화장실에서 첫 연기가 감지됐다. 1분 후에는 조종실 바로 아래에 있는 전자장치에서도 연기가 발생했다. 2분 후에는 조종석에 있는 항공기 제어장치(FCU)에서 ‘결함’이 생겼다는 신호가 나왔다. 이를 마지막으로 오전 2시 30분 관제당국과의 교신은 끊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여객기에서 테러나 기체 결함으로 인한 내부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필립 바움 국제항공안전매거진 편집장은 “화장실에서 연기가 보고된 후 전자장치에서도 연기 신호가 발생했고 몇 분 후 여객기의 시스템이 멈췄다”며 “이는 사고가 테러범에 의한 납치나 조종 실수가 아니라 화재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다만 “화재가 기내에 설치된 폭탄 때문인지 기술적 원인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재 경보가 있었던 게 맞다면 항공기 전자장치에서 시작한 화재가 여객기를 추락하게 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여객기에서 화재나 폭발이 있었다면 여객기가 추락 전 왼쪽으로 급속히 90도를 꺾은 후 다시 360도를 선회한 이상 비행도 설명이 가능하다. BBC는 조종사들의 말을 인용해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조종사는 위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여객기를 급격히 선회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여객기가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조종사가 여객기 동체를 바로 잡기 위해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면 구조 신호를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락 여객기에서는 2014년 “이 비행기를 추락시키겠다”는 낙서가 발견됐던 것으로 드러나 테러와의 연관성이 주목됐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결론 났다. 당시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대통령에 오르려 하자,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항 직원들이 낙서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들은 여객기의 약자인 ‘SU-GCC’가 엘시시(CC) 대통령과 발음이 비슷한 점을 이용해 낙서를 저질렀고, 곧바로 해고 됐다.
여객기 추락에 대한 각종 추정이 난무하자 이집트 당국은 “아직 핵심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셰리프 파티 이집트 항공부 장관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만약 당신들이 지금 당장 말도 안 되는 발표를 원한다면 나는 테러리스트 소행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그러나 밝혀진 사실에 근거한 발표를 바란다면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집트와 프랑스 등 다국적 수색팀은 여객기 본체와 블랙박스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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