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외 개인투자자들도 수십억 매입
정운호, 로비 용도로 ‘저가 매각’ 가능성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회사가 지난해 3~4월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한 239억원 규모의 주식과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의 관련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 때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었고,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1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직후였다. 검찰은 정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홍 변호사에게 ‘보은’의 성격으로 해당 주식의 일부가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달 초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주주명부와 법인 계좌 등을 분석하면서 작년 3월 10일과 17일, 4월 4일 세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新株)의 흐름을 정밀분석 중이다. 당시 이 회사는 제3자 배정방식으로 총 3만 1,574주를 신규 발행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76만원으로, 총 239억 9,624만원에 달하는 규모의 증자였다. 증자에는 유진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100억원과 40억~5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신주(90억~100억원 상당)들은 일부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정 대표도 60억원 상당의 기존 보유주식 매각에 나섰다.
문제는 당시 네이처리퍼블릭 주식이 ‘연내 상장’이라는 호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직후 이 회사 주식은 10분의 1(액면가 5,000원→500원)로 분할돼 발행주식 총수도 10배로 늘어나면서 개인 간 장외거래가 시작됐는데, 당시 거래가격은 최대 17만 5,000원선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주식 이동과정을 거쳐 회사 설립 이후 줄곧 100%를 유지해 온 정 대표의 지분율은 75.47%(지난해 말 기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지난해 10월 정 대표가 결국 원정도박 사건으로 구속되는 ‘오너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상장은 무산됐다.
검찰은 주식을 매입한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홍 변호사 등 현직 법조인이나 정ㆍ관계 유력인사들이 있는지 일일이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정 대표 측이 저가에 주식을 매도하는 ‘특혜’를 제공했다거나, 일부 인사들이 차명으로 주식을 사들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최근 정 대표로부터 “지난해 검찰 수사와 관련, 홍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준 것은 3억원 정도”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변호사가 그 동안 언론에 밝혔던 1억5,000만원과는 차이가 있는 액수다. 하지만 검찰은 정 대표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그를 연일 소환하는 한편 홍 변호사 주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정확한 수임료 액수를 파악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의 군대 PX 납품을 도와주겠다면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브로커 한모(58)씨를 구속기소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이 실제로 PX에 납품되지는 않아 ‘실패한 로비’였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검찰은 한씨가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계속 확인해 볼 방침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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