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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없어도 완벽한 부부" 20대 여성커플의 당당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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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없어도 완벽한 부부" 20대 여성커플의 당당한 고백

입력
2016.05.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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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性차이 없어”

일상 드러내 차별에 맞서

날마다 응원 목소리 증가

2012년 4월 첫 만남 후 함께 살면서 부부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김경은(왼쪽), 이하나 커플. 부부 제공
2012년 4월 첫 만남 후 함께 살면서 부부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김경은(왼쪽), 이하나 커플. 부부 제공

“동성 부부, 틀린 게 아닌 남들과 조금 다른 것일 뿐이에요.”

이하나(23), 김경은(21)씨는 2013년 11월 커밍아웃(동성애자가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한 여성 커플이다. 함께 한 지 600일째 되는 날을 기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연을 공개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들은 동성애자들, 특히 여성 동성부부에 대한 편견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20일 만난 하나, 경은씨는 “완벽한 부부”로 둘의 관계를 정의했다. “계약서나 법적 제도 없이도 서로를 배우자로 여기고, 누구보다 당당하고 솔직하다”는 게 부부의 변이다.

2012년 대전에 처음 둥지를 튼 뒤 5년째 함께 살고 있는 두 사람의 생활은 여느 이성부부와 다를 게 없다. 집안 일 중 빨래와 청소는 하나씨가, 요리와 설거지는 경은씨가 도맡는다. 각자 경제생활을 해 번 돈을 모아 하나씨가 한꺼번에 관리하고, 경은씨는 매달 용돈을 받아 쓴다. 배우자의 지인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것은 물론, 가족 경조사도 빠짐없이 챙긴다. 하나씨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다 보니 처음엔 매일 12시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며 “그러면서도 각자 맡은 집안일을 꿋꿋이 해냈고 저축도 해 서울까지 올라오게 됐다”고 말했다.

동성애자 중에도 소수자로 꼽히는 여성부부인 데다 나이도 어리다 보니 이들에게 쏠리는 주변의 관심은 상당하다. 부부의 SNS 계정을 받아 보는 사람들만 37만명에 달한다.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가 점차 늘고는 있지만, 마뜩잖은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여전하다. 경은씨는 “한 번은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데 우리를 알아보고 얼굴에 쓰레기를 던진 사람이 있었다”며 “다른 동성애자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화가 나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숱한 상처에 아파한 부부의 삶을 적극 지지해준 건 다름 아닌 가족이다. 두 사람이 사랑을 싹 틔워 가기 시작할 무렵부터 가족들은 하나, 경은씨의 존재를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둘이서만 놀지 말고 나도 끼워달라”는 부모님과 형제의 성화를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야 할 정도다. 부부는 자신들을 보듬어 주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세상 일각의 혐오를 중화시키려 노력 중이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직접 대응하는 대신 고안해 낸 해법이다.

“우리의 삶을 지켜보며 동성애자를 향한 냉소와 비난을 접었다는 고백을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받고 있어요.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동성커플들도 늘었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함께 성장하는 데 성 정체성의 차이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나보다 너’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이하나(왼쪽), 김경은 커플의 웨딩 사진. 부부 제공
이하나(왼쪽), 김경은 커플의 웨딩 사진. 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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