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첫 민생경제점검회의서
두 야당, 구조조정 등 문제점 추궁
경제부총리 방어만… 與는 중재역
“정책 변경 요구도… 19대와 달라”
회의 매월 정례화로 ‘협치’ 틀 마련
국회 의원회관에서 20일 개최된 정부와 여야 3당의 첫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는 실제 상황이었다. 이날 회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광림 새누리당,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참석해 163분 동안 진행됐다. 회의 방식부터 예상과 달리 시종 야당 주도로 진행됐다. 회의 뒤 공식ㆍ비공식 브리핑도 야당이 먼저 했고, 내용 역시 야당이 요구한 정책을 정부가 수용하는 것들이었다. 16년만의 여소야대인 20대 국회 출범(5월30일) 열흘 전의 모습이다.
이날 야당은 기업 구조조정, 성과연봉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등 정부가 공들여 추진해 온 정책의 문제와 개선책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유 부총리는 정책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보다 두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새누리당은 예전처럼 정부 옹호자 보다는 ‘중재자’ 역할에 치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후 변재일 의장은 “예전 같으면 정부가 입장만 설명하고 정치권(야당)에 협조를 요청하는 식으로 끝났을 것“이라며 “하지만 오늘은 정부 정책의 변경을 많이 요구했고, (정부에게서) 19대와는 양상이 다를 것이란 기대를 확인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최대 현안인 기업 구조조정 문제에서 유 부총리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늘려 구조조정 재원으로 쓰는 ‘한국형 양적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려 했다. 하지만 두 야당은 정부, 기업, 채권은행 등 관련자들의 과실을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하고, 구조조정 방법도 재정 정책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원했던 국책은행의 투자 확충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장은 “야당이 요구한 이해 관계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현재 부실과 잠재적 부실 진단을 토대로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게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야당이 제기한 내용을 위주로 브리핑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강조한 성과 연봉제 도입도 야당의 뭇매를 맞았다. 여당까지 가세해 성과 연봉제의 강압 도입과 같은 불법 논란을 지적하며 지난해 노사정 합의대로 진행하도록 정부를 몰아붙였다. 이에 유 부총리는 “불법과 탈법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노사 합의를 존중할 것을 약속했다.
여야 3당 정책위의장들은 보육대란이 예상되는 누리과정 예산문제의 경우 중앙 정부가 ‘재정적 책임’을 더 지는 대책을 마련해 다음 회의에서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유 부총리는 “올해 예산은 시도 간 형평성 문제 등이 있어 바꿀 수 없다“면서도 “(야당의 의견을 반영해) 장기적으로 고치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물러섰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회동을 통해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야 협치(協治)의 실질적 가능성을 봤다는 평가를 내렸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야당들의 견제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해석도 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책 주도권이 국회로 넘어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회의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13일 박 대통령과 3당 원내 지도부는 청와대 회동에서 협치의 계기로 삼겠다며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의 분기별 개최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여야정은 매달 회의를 열기로 하고, 다음 만남은 6월 둘째 주에 갖기로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야당이 정부에 숙제를 내주고 이를 확인하는 회의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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