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ㆍ김성주, 의정 마무리 보고
정의화, 싱크탱크 준비
정두언, 방송 진행자로
이한구 등 20여명 두문불출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를 떠나는 의원들의 이사 행렬이 본격 시작됐다. 낙선과 낙천, 그리고 불출마로 19대를 끝으로 국회를 떠나는 의원들은 모두 146명. 전체 의원의 절반에 가깝다. 전날 본회의로 사실상 종무식까지 마친 이들이 이사를 하면서 20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4년 동안 사무실을 가득 채웠던 짐이 비어가는 것을 지켜 보던 한 의원은 “속이 시원하다”고 농담을 했지만, 얼굴에는 복잡한 심정이 묻어났다. 떠나는 의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국회와 지역구민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다수 의원들이 ‘조용한 안녕’을 택했다.
가장 시선을 끄는 의원들은 ‘끝까지 한다’형이다. 공천배제로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3선의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지역구인 광주 북구에서 12년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보고회를 열었다. 정동영 국민의당 당선자에 패한 김성주 더민주 의원도 21일 의정보고회를 연다. 낙천 혹은 낙선한 의원이 의정보고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의원은 “유종의 미를 고민하다 4년 결산보고를 선택했다”며 “단순히 회고가 아닌 서로를 격려하며 내일을 기약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식 더민주 의원은 정무위원회 야당간사로 활동했던 자신의 19대 의정활동을 정리, ‘정무위 19대 성과와 20대 제언’보고서를 완성해 국회에 이관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19대 국회 마지막 상임위에서 안행위원장 대행으로 의사봉을 두드리며 끝까지 법안 통과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지역구인 창원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민심을 경청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퇴임 후 시계를 차기 대선에 맞췄다. 그는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복당하는 대신 중도개혁 인사들이 모인 싱크탱크를 발족한다. 이를 기반으로 창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정계개편의 중심에 우뚝 섰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대표적인 와신상담 형이다. ‘더불어함께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인 그는 청년정치인 양성 프로그램을 비롯해 문화, 예술 등의 사업으로 창의력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아예 ‘전업’을 선언하거나 새 일자리를 찾은 의원들도 있다. 새누리당의 정두언 의원은 종편방송 TV조선의 정치시사 토크쇼의 진행자를 맡으며 방송인으로 나선다. 같은 당 강석훈 의원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돼 의원직을 내놓고 국회를 떠났다.
낙선 후 잠적하는 은둔ㆍ칩거형 의원들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은 당의 선거참패 후 국회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으면서 자택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동고동락했던 보좌진과 연락을 끊은 의원들도 약 20명에 달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낙선자들의 마음은 이해하나 19대 국회의 임기는 총선 일이 아닌 이달 29일에 끝난다”며 “그날까지 세비가 나오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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