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간접출자와 직접투자를 병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공기업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한은은 기업은행 등에 담보대출을 해준 뒤 이를 근거로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는 19일 2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이 기본 합의하고 상반기까지 수시로 협의하기로 했다. 자본확충펀드 조성 합의는 1차 회의 때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정부와 한은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일단 갈등을 접고 봉합한 모양새다.
하지만 구조조정 재원 마련이라는 총론에만 합의가 이루어졌을 뿐 각론에서는 여전히 갈등 소지가 크다. 특히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정부와 한은의 견해 차가 상당하다. 정부 양보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제안한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한은은 여전히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반면 정부는 지급보증에는 난색을 표한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서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동의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야는 20일 3당 정책위의장 협의에서 ‘구조조정을 위한 재정 지원 필요성’에는 합의했으나 실제 국회 논의에서 이런 합의가 그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19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국회 일정상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정부 난색의 한 요인이다.
한편으로 정부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와는 별도로 한은이 주주로서 수출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에 나서기를 원한다. 반면 한은은 발권력이 동원되는 직접출자는 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단지 국회 동의를 받을 때까지 자금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역할은 하겠다는 자세다. 따라서 최종합의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와 한은의 불협화음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은 편하지 않다. 조선ㆍ해운 산업의 부실이 오래 전에 드러났는데도 정부는 총선 일정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미뤄온 바 있다. 그러고도 아직 구조조정에 제대로 착수하지 못한 채 정부와 한은 양측이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속도와 타이밍이 핵심이다. 썩은 부위를 제때에 도려내지 않으면 다른 곳까지 곪는다. 조선ㆍ해양산업 부실을 신속히 정리하지 않으면 전체 경제가 치명타를 입고, 때를 놓친 데 따른 추가비용만 늘어난다.
지금은 정부와 한은이 서로 부담을 상대방에 떠밀거나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때가 아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은 다 국민 부담이다. 오직 방법의 적절성을 기준으로 밤새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방안을 서둘러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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