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이어 국제사회 제재 확산
러 돌변에 심리적 압박까지
北 고립감 한층 심화할 듯
中까지 금융거래 중단할지 관심
중립국인 스위스에 이어 북한의 오랜 우방국인 러시아까지 대북 제재 이행 조치를 속속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봉쇄 국면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이던 국가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북한의 고립감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9일 자국 금융기관들에게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의 기관 및 단체, 개인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대북 제재 블랙리스트 대상이 보유한 채권은 즉시 동결하고, 이들과 관련된 러시아 내 금융계좌도 폐쇄하라는 지침이다.
그간 러시아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당시 막판까지 각종 예외조항을 고집했고,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안보리 언론 성명에도 반대하며 ‘엇박자’를 냈다.
그러나 이번 대북 금융 제재 조치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으로 대북 압박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대통령령으로 발표한 ▦북한 은행 자회사 및 합작회사 폐쇄 ▦북한산 광물 수입 중단 등의 제재 조치도 추가적으로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과 러시아가 철도 등 각종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추진해왔던 만큼, 북한으로선 금융 거래와 투자 유치의 ‘큰 손’을 잃게 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중국이 막혔으니 러시아를 우회로로 삼아야겠다는 북한의 계산이 틀어졌다는 점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러시아에 나가 있는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임금을 송금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중국 등 제3국으로 우회하기 위한 추가 돈세탁 비용도 올라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 중립국가로, 북한과 국제사회를 이어주는 중재자 역할을 해온 스위스가 전날 자국 내 북한 관련 자산의 전면 동결 등을 포함한 포괄적 대북 제재에 나선 것도 북한 입장에선 뼈 아픈 대목이다. 스위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유년시절 5년 간 유학한 마음의 고향이다. 유럽연합(EU)도 이날 박영식 인민무력부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북한 군부 실세 18명과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전략 로켓부대를 대북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이제 남은 관심은 중국이 북한과의 금융 거래 중단을 공식화 할지 여부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북한산 광물 수입금지 품목을 발표하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의지를 과시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양국의 불법적인 은행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어 중국의 전면적인 대북 금융 제재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며“그럼에도 중국이 철저한 이행을 강조해온 만큼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향후 대북 제재 외교에서 북한의 ‘우군’을 타깃으로 전방위 북한 고립 작전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세종연구소 개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축사에서 “북한의 우방국 및 동조국을 집중 공략하는 압박외교를 전략적 로드맵을 갖고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아프리카 순방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비동맹 외교 차원에서 북한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전통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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