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의 잔혹한 실상을 알린 미국 방송사 CBS 기자 몰리 세이퍼가 1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캐나다 출신인 세이퍼는 CBS 방송국의 해외 특파원으로 일하며 1960년대 베트남전의 참상을 미국 안방에 전했다. 1964년 영국 특파원으로 CBS에 처음 고용된 이후 베트남전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내전, 3차 중동전쟁,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등 국제 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내부 이야기를 미국 언론인 중 처음으로 알린 것도 세이퍼였다.
고인의 보도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1965년 8월 미 해병대가 베트남의 작은 마을 ‘캄 네’에서 벌인 파괴의 현장이었다. 베트남전의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전한 이 뉴스는 미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리며 전쟁의 실상을 깨닫게 했다. 세이퍼의 보도는 반전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세이퍼는 이후 CBS 인기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의 간판 기자로 1970년부터 46년간 활약하며 세계 곳곳의 소식을 전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정기적으로 방송에 출연하다가 건강이 나빠지자 이달 11일 은퇴를 발표했다. CBS 방송은 지난 15일 그에게 헌정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다. CBS 방송의 최고경영자(CEO) 레슬리 문베스는 “CBS와 저널리즘의 가장 위대한 보물”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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