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정략적 구상ㆍ억측 난무” 제3지대 개편 과정 소외 우려
박지원 “논의되는 바 없다” 입장…개혁보수 등 외연확장은 기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분열 양상과 맞물려 난무하고 있는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대해 민생을 앞세워 거리 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경제ㆍ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공학적 이익만 따지는 모습이 역풍을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계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4ㆍ13 총선 이후 형성된 역학구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원내 1당인 더민주는 경계감을 드러낸 반면, 국민의당은 외연 확장의 기회라는 점에서 느긋한 입장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인한 다양한 해석과 그것을 둘러싼 정략적 구상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민생이 도탄에 빠졌는데 정당과 정치그룹, 계파의 일부 정치인이 벌써부터 정략적 구상을 앞세우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저 민생에 힘쓰고 국민들의 삶을 돌보는 정치활동에 주력하고 대선 때 가서 논의할 얘기를 벌써부터 하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 허무주의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새누리당에서 (합리적 보수인사들이) 쪼개져 나오면 받아들이겠다”고 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의 언급과 “새 판 짜기에 앞장 서겠다”면서 정계복귀를 시사한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비박계가 새누리당을 탈당해 야권 일부와 결합하면 안 공동대표의 국민의당이나 손 전 고문과 결합해 제3지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이 경우 더민주 입장에선 대선을 앞두고 확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정계개편 국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국민의당은 표정 관리에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당이 주축이 되는 정계개편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우리는 남의 불행을 우리의 행복으로 가져오려고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위적으로 무슨 파괴공작 같은 걸 하지 않는 게 국민의당”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의 분열을 부추겨 어부지리를 얻으려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호남 지지층에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과의 연정에는 선을 분명히 긋는 한편, 새누리당 내 합리적 인사에겐 문호를 개방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안 공동대표가 전날 호남을 방문, “우리나라가 백척간두 위기에 서 있는데, 이럴 때 편을 가르고 정치공학적으로 무엇을 더 얻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면서 ‘일하는 국회, 밥값 하는 정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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