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국제유가↓ 시장 출렁
亞 증시 하락, 원달러 환율 급등
한은, 추가 금리 인하 여력 줄어
구조조정 위한 출자 압박 커질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지난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 6월 기준금리 인상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잠잠하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로 반등하던 국제 유가가 다시 하락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같은 통화정책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정부의 한은에 대한 구조조정 재원마련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18일(현지시간) 공개된 4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 대다수는 “2분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고용시장이 더 개선되며, 물가가 목표치인 2%에 접근해 간다면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또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이 미국 경제전망에 끼치는 위험 요인도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올해 금리 인상은 2~3번 가능하다”(데니스 록히트 애틀랜다 연방은행 총재), “머지않은 미래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등 4월 FOMC 회의 이후 쏟아진 연준 고위층의 매파적 목소리가 허풍이 아니었던 셈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건 미국 실물경제의 호조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올라 시장의 예측(0.3%)을 뛰어넘었고,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5%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회의록 공개 이후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이 점친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19%에서 34%로 크게 올랐다. 9월(57%→65%)과 12월(74%→80%)의 금리인상 확률도 한층 높아졌다.
FOMC 회의록 공개에 전세계 금융시장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8일 뉴욕 다우지수(0.02% 하락)는 최근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고, 꾸준히 오르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전날보다 0.3% 떨어진 배럴당 48.19달러에 마감했다.
19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미국의 금리인상 변수는 위력을 떨쳤다.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 신흥국 수출비중이 56%에 달하는 한국 경제 역시 연쇄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0.51%, 0.02% 하락했다. 달러화 강세로 이날 원ㆍ달러 환율 종가는 전날보다 달러당 9.1원 급등한 1,191.7원까지 올랐다.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 4월 27일 이후 3주 만에 달러당 110엔선을 넘기도 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의 생각이 이전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나타나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국내 통화정책을 둘러싼 그간의 계산법도 졸지에 꼬여버렸다. 시장에선 최근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동참 압박을 받는 한국은행이 직접 출자나 대출 등의 수단과 별개로 조만간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구조조정을 지원 사격할 거란 전망이 높았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상당기간 지연될 거란 전제를 깐 예상이었는데, 이번 회의록 공개 이후 이런 전제가 흐트러진 셈이 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금리환경 변화로 한은이 금리를 내려도 그 효과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이나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선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상승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운신 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얘기다.
한편으론 ‘직접출자 등으로 한은이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직접 나서달라’는 정부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한은의 직접 출자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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