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해상에 이어 상공에서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았다. 양측 항공기가 15m까지 근접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18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 전투기 2대가 17일 남중국해 ‘국제공역’에서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 해군 정찰기에 50피트(약 15.24m)까지 근접해 위험한 비행을 하며 진로를 방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중국과 (국제공역에서) 안전한 비행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남중국해 북쪽 해역에서 중국의 주력 전투기 기종 중 하나인 J-11 2대가 미 해군 정찰기 EP-3에 15m 가까이까지 근접 비행을 했으며 이에 미 조종사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기수를 아래로 내려 비행했다. AP통신은 “미 태평양사령부가 중국 측의 초근접 비행과 관련한 사항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합법적으로 추적ㆍ감시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 연안해역에서 빈번히 근접정찰을 함으로써 중국의 해상ㆍ상공 안전에 엄중한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미 해군이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중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남중국해 일부 도서의 12해리(약 22.2㎞) 수역을 항행하기 시작한 뒤 양측은 수차례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난 3월 5일에는 미 해군 함정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 함정들에 의해 포위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상대에게 운신의 폭을 허용하기 용이한 해상작전이었다는 점에서 17일 상황은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은 필리핀의 제소에 따라 이르면 내달 초 윤곽이 드러날 중재재판소(PCA)의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것이란 판단 하에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지난 10일에도 남중국해 내 자국 인공섬 인근 12해리 수역을 항행하자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의 진로를 방해한 것은 2년여 만의 일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근래 중국 당국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문제는 PCA 결과와 이에 따른 외교ㆍ안보분야 대응 전략”이라며 “중국 입장에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밀릴 경우 대만 문제를 포함해 미국의 동아시아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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