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은 클롭을 계속 사랑할 것이다.”
영국 언론들이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위르겐 클롭(49ㆍ독일) 감독을 앞 다퉈 극찬하고 나섰다. 경기에서 패하고도 찬사를 받는 사령탑은 드물지만 그 사람이 클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버풀은 19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의 세인트 야코프 파크에서 열린 2015~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세비야(스페인)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2월 리그 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승부차기로 패한 것을 포함해 올 시즌 준우승만 두 번째다. 세비야는 2006년과 2007년,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3시즌 연속 그리고 통산 5번째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근 3년 간 유럽 대항전은 스페인 클럽의 독무대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14년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했고 2015년 FC바르셀로나가 정상에 섰다. 2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펼쳐질 올 시즌 결승도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대결이다.
하지만 클롭 감독을 향한 지지는 굳건하다. 북아일랜드 언론 아이리쉬 이그재미너는 이날 “리버풀은 이미 클롭의 매력과 카리스마에 흠뻑 빠졌다”고 보도했다.
클롭 감독은 작년 10월 위기에 빠진 리버풀 지휘봉을 잡았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축구의 오랜 명문이다. 1892년 창단해 18번이나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번)에 이어 통산 우승 2위다. 하지만 최근 7시즌 동안 겨우 1번(2013~14시즌) 4강에 들 정도로 극심한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브랜든 로저스(43ㆍ아일랜드) 감독이 물러나고 클롭 감독이 왔다. 그는 2008년 슬럼프에 빠져 있던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사령탑에 부임해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공격과 수비 간격을 좁혀 최전방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치는 ‘게겐프레싱’의 선두 주자다. 리버풀이 영국 축구의 오랜 라이벌인 독일 지도자를 받아들인 건 123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클롭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부터 리버풀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나는 마법을 부릴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노멀 원(the normal one)에 가깝다”고 했다. 가는 팀마다 우승 시킨다는 조제 무리뉴(63ㆍ포르투갈) 감독의 별명 ‘스페셜 원(the special one)’을 빗댄 유머였다. 클롭 감독은 올 3월 기자회견 때 전설적인 록 밴드 비틀즈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리버풀은 비틀즈의 고향이다. 리버풀 팬들이 클롭 감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유로스포르트는 “클롭은 비틀즈의 다섯 번째 멤버”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클롭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7개월 동안 리버풀은 180도 달라졌다.
엠레 찬(22ㆍ독일)과 로베르토 피르미노(25ㆍ브라질)가 대표적이다. 중앙수비와 측면수비를 오가며 자리를 못 잡았던 엠레 찬은 클롭 감독 아래서 미드필더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사냥개처럼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펄펄 날았다. 로저스 감독 시절 측면 공격수로 뛰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피르미노도 중앙 공격수로 옮겨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맹활약을 펼쳤다. 이그재미너는 “바젤에서 당한 아픈 고통에서 리버풀과 클롭은 분명 뭔가를 배웠을 것이다”고 미래를 기약했다. 클롭 감독도 세비야전을 마친 뒤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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