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한국계 메이저리그 야수로 화제를 모았던 로버트 렙스나이더(25ㆍ뉴욕 양키스ㆍ한국명 김정태)가 돌아왔다.
렙스나이더는 데뷔 해인 2015년 메이저리그 16경기에서 타율 0.302, 2홈런 13안타 5타점 2도루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나 오프시즌 양키스가 올스타 내야수 스타를린 카스트로(26)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는 스프링캠프 경쟁 도중 마이너리그 행을 통보 받았다. 트리플A에서 양키스 주전 2루수의 꿈을 접고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변신을 꾀하며 절치부심한 끝에 개막 6주 만에 다시 빅리그 호출을 받았다. 양키스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렙스나이더를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고무적인 점은 렙스나이더가 그동안 마이너리그에서 3루수와 우익수로도 출전하며 경쟁력을 키웠다는 데 있다. 당장은 입지가 좁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전천후 선수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자 노력했다. 조 지라디(52) 양키스 감독은 “렙스나이더의 방망이에 기대를 건다”며 “딱히 정해진 포지션은 없지만 2루수, 3루수, 우익수 심지어 좌익수로도 활용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렙스나이더는 젊은 나이에 나름 사연이 많은 선수이다. 그는 1991년 3월 서울 태생으로 생후 불과 5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성장했다. 이에 대해 렙스나이더는 “내가 입양아란 사실을 단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다”며 “내 가족이 자랑스럽고 렙스나이더 가문을 위해 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태생으로 빅리거가 된 역대 4번째 포지션 플레이어(야수)이다. 그에 앞서 최희섭(37)과 추신수(34ㆍ텍사스), 강정호(29ㆍ피츠버그)가 있었다. 여기에 올해는 박병호(30ㆍ미네소타), 이대호(34ㆍ시애틀), 김현수(28ㆍ볼티모어), 최지만(25ㆍLA에인절스)이 봇물 터지듯 바통을 이어받았다.
렙스나이더는 2012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로 지명된 선수 가운데 크리스 테일러(26ㆍ시애틀)와 맥스 먼시(26ㆍ오클랜드)에 이어 3번째로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되는 메이저리그에서 특정 드래프트 라운드의 동기가 같은 해 3명이나 한꺼번에 데뷔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학시절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절대 살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 그는 애리조나 선수로 2012년 대학 월드시리즈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맹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자 상대편 팬들이 그의 피부색을 놓고 비아냥거린 일에 굉장히 화가 치민 적이 있었다. 렙스나이더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은 아시아 선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멘트를 남겼다. 해당 글은 자진 삭제됐지만 그 일로 그의 가족이 살해위협까지 당하자 “그 주 전체가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것, 그저 미숙할 따름”이라고 받아쳤다.
렙스나이더는 벌써 양키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해 여름 메이저리그 데뷔 첫 2경기 만에 홈런을 친 양키스 2루수는 1914년 이후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 무려 101년 만의 사건에 뉴욕이 들썩였을 만큼 렙스나이더는 양키스 팬들이 여전히 주목하는 유망주 중 하나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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