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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한 생명을 생각하며

입력
2016.05.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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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잃고 밖을 떠돌던 품종 고양이 오드아이를 잡았다. 몸이 성치 않은 녀석은 이웃사람이 마련해준 잠자리에서 자면서도 호락호락 포획되지 않았다. 그동안 녀석을 돌봐준 사람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미국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할아버지인데, 그 역시 병중이었다. 허름한 집에서 살고, 늙었기 때문에 그의 지성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눈빛만은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워낙 고령이라 아픈 고양이에게 밥과 물을 챙겨주는 것만도 벅차 보였다. 모두가 힘을 합해 잡으려는 고양이는 쓰다듬는 손길과 잡으려는 손길을 매번 정확히 구분해 귀신같이 달아났다. 우리는 늘 갈 곳이 정해진 녀석을 ‘거의 잡을 뻔’하다가 놓치곤 했다. 어젯밤에도 녀석을 놓친 나는 스스로를 멍청이라 욕했다. 수없이 고양이가 자는 곳의 구조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잡을 방법을 궁리한 끝에 나는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이번엔 궁리해뒀던 대로 도망치는 녀석의 등짝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인간의 집에서 산 적이 있는데다 더할 수 없이 순한 녀석이라 격렬하게 발버둥을 치면서도 나를 할퀴거나 물지는 않았다. 한바탕 소동 끝에 녀석을 이동장 안에 넣고 잠글 수 있었다. 울부짖는 녀석을 달래고 있을 때 집안의 불이 켜졌고, 잠시 뒤 노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와 고양이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되는 순간, 둘 다 막상막하의 고령임을 알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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