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미 공화당의 실질적인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반 총장은 이날 진행된 미 뉴욕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작심한 듯 정치인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 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기후변화협약에 동조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지지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공화당 대선 레이스 선두 주자인 트럼프의 환경관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직면한 첫 번째 도전 과제는 지구온난화’라고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 가장 멍청한 것 중 하나이자 순진한 것”이라며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트럼프는 17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도 지난해 파리기후협정에 대해 “일방적인 협정이고 미국에 이롭지 않다”라며 “이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들여다볼 것이며 재협상에 나설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총장은 이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온 정치인들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리는 시리아를 비롯한 각지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에 몸서리치고 있으며 특히 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이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데 대해 분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줄곧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로 묘사하고 이슬람교도들의 미국 입국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이날 졸업식에서 컬럼비아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반 총장은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내년에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사무총장직을 충실히 수행하게 해달라”라며 대선출마 의향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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