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기사회 운영에 불만을 표출하며 전격 탈퇴를 선언한 이세돌(33) 9단에 대해 프로기사회가 대책 회의를 갖고 “대화로 풀자”고 한 발 물러섰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7일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개막식 현장에서 양건 한국프로기사회장에게 탈퇴서를 전달했다.
이 문제를 놓고 19일 오전 긴급 대의원 회의를 연 양건 프로기사회장은 “이세돌 9단이 제출한 탈퇴서의 탈퇴 사유가 간략히만 적시돼 있어 세부 사유에 대해서는 대화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소견서를 낭독했다. 양 회장은 “무엇보다 기사회 탈퇴가 갖는 법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제출한 탈퇴서인지도 함께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탈퇴서 수리 여부와 향후 대응도 대화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종 결정안은 프로기사회 총회나 추가 대의원회 결의를 거쳐 내놓을 계획이다.
이세돌 9단은 기사회의 일률적인 공제에 불만을 품고 탈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회는 회원의 대국 관련 수입 중 3%에서 최대 15%를 공제한다. 해외 기원 주최 기전에서는 수입의 3%, 국내 기전에서는 5%를 떼고, 국내 주최 상금제 대회에서는 수입의 15%를 공제한다. 공제액은 주로 회원들의 복지ㆍ지원 기금으로 쓰인다. 상금을 많이 획득하는 기사가 기사회 적립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다.
국내 랭킹 2위의 이세돌 9단은 국내기전뿐 아니라 각종 세계대회에서 활동하며 상금을 쌓아 왔다. 이에 그는 공제가 지나치게 일률적이라는 점 등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양 회장은 이세돌 9단이 지적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 절차를 거쳐 안건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내일 이세돌 9단이 참석하는 맥심배 시상식이 끝나고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며 “이세돌 9단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기사회 적립금은 퇴직위로금 등 기사들 전체의 복지나 전 국민 바둑 보급에 사용됐다”며 “현재 기사회 자치규약이나 정관에도 명시적으로 반영돼 있고, 최근까지 조훈현, 이창호 국수 등도 모두 준수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목단체인 프로기사회 정관에는 기사회에서 탈퇴하면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일정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대국 활동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사회에서 탈퇴한 후 한국기원 주최 대국에 참여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며, 관련 법률 전문가의 조언도 받을 만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 이후 스타 기사로 떠올라 이번 탈퇴 선언은 바둑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도 이세돌 9단은 부조리라고 판단되는 운영과 행정에 정면으로 반박해 바둑계의 이단아로 불려 왔다. 그는 승단대회가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16살이던 1999년 승단대회를 통해 3단으로 승단한 이후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기원은 2003년 1월 일반기전을 승단대회로 대체하고 주요대회 우승시 승단을 시켜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이세돌 9단은 2009년 5월 프로기사회가 한국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한 자신에게 징계 의사를 비추자 7월 한국기원에 휴직계를 제출해 또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6개월 뒤인 2010년 1월 한국기원과 협의하고 복귀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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