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예비역 등 22명 적발
전·현직 531명 수사대상에
목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군인들을 꾀어 보험사기를 벌여온 전직 육군 특수전사령부 출신 브로커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보험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현직 군인 531명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군 복무 중 후유장해를 입은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내게 하고 이들로부터 5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상습사기 등)로 특전사 출신 황모(26)씨를 구속하고, 황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보험 모집책과 병원 브로커 등 21명을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22명 중 16명이 특전사 예비역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지난 2012년부터 자신들이 근무했던 부대 후배에게 접근해 “군 복무 중 부상 위험이 높으니 보험에 가입하면 제대 후 보험금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나는 (보험금으로) 지금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며 후유장해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후유장해란 치료 후에도 신체에 장애가 영구적으로 남는 것으로, 다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군인들이 주요 타깃이 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황씨를 비롯한 보험 모집책들은 이렇게 끌어들인 현역 군인들에게 2, 3개월에 걸쳐 5~10개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이어 훈련 중 부상 또는 기존에 아팠던 부위를 핑계로 해당 부대에서 ‘공무상병인증서’를 발급 받은 뒤 치료까지 받게 했다. 그리고 전역 후 브로커들과 연결된 병원 의사를 통해 영구후유장해 진단서를 받아 이를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 받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타낸 보험금은 23억원에 달했다. 보험금 중 15~20%는 보험 모집인과 브로커에게 수수료로 넘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 모집책들은 보험에 가입한 군인들이 의사에게 진단을 받기 전에 어떻게 하면 장해로 보일 수 있는지 연습까지 시키고, 엑스레이 촬영실에 들어가 관절을 잡아당겨 실제로 장애가 있는 듯 보이게 하는 등 치밀하게 사기 행각을 벌여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보험사기 건과 관련, 현역 군인 80명을 비롯해 전·현직 군인 531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대상자 중 특전사 출신은 314명이다. 경찰은 영구후유장해로 보험금을 받고 나서 장애가 있을 경우 취업이 제한되는 경찰, 해양경찰, 소방관이 된 61명의 채용 과정도 확인 중이다.
경찰은 또 브로커 황씨로부터 경찰 수사 무마 대가로 2억 7,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이모(56)씨를 구속했다. 보험 가입자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주고 건당 30만~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도권 소재 22개 병원 의사 23명도 곧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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