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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양아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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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양아치 정치

입력
2016.05.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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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아치는 구걸한다는 뜻의 동냥에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아치가 결합된 말이다. 양아치는 이 동냥아치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동냥아치의 원래 뜻을 넘어서 쓰이기도 한다. 즉‘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을 일컫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전쟁 때 미군들을 따라다니며 초콜릿 등을 얻어먹던 전쟁 고아와 거리의 아이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비행을 저지르면서 양아치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요즘은 조폭 수준에는 못 미치는 동네 불량배라는 뜻으로 쓰인다.

▦ 문인들 사이에서 자신을 양아치라고 부르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작가 황석영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사용한 양아치라는 호칭엔 뒷골목의 의리와 낭만과 같은 분위기가 묻어 있었다. 조금 말이 거친 친구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양아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다분히 장난기가 섞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양아치란 말은 ‘동네’ ‘뒷골목’ 과 결합해 패거리를 지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의 의미로 사용된다. 정상적 조직사회에서 누구를 양아치 같다거나 양아치만도 못하다고 하면 씻기 어려운 치욕이 된다.

▦ 17일 새누리당 상임 전국위원회 사회를 보던 정두언 의원이 친박계를 겨냥해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로 안 할 것이다.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고 일갈했다. 친박계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당 비대위 및 혁신위 인선에 반발, 조직적 보이코트로 상임 전국위를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측은 “친박계의 자폭 테러”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1980년대 각목을 든 정치 깡패를 동원해 전당대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용팔이 사건’에 빗대기도 한다.

▦ 친박계는 정진석 비대위 체제 및 김용태 혁신위 출범 무산이 정 비대위원장의 준비 소홀과 리더십 부족 탓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친박계 초ㆍ재선들의 연판장과 일부 친박 핵심 중진의 보이콧 등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천과정의 패권적 행태로 총선 참패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 친박계가 이제는 ‘패거리 정치’‘양아치 정치’로 사상초유의 집권여당 지도부 공중분해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혁신만이 살길인 새누리당에 친박계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 물러서 있을 줄 모르고 몰락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이 안타깝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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