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내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최근 시작된 임단협에서 사측이 오히려 노조측에 상당한 요구사항을 주문하고 나서 주객이 전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사측이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조 측에 잘못된 단협이나 과도한 복지제도를 없애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올해 노사협상 과정이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협상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사측은 위법ㆍ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과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위기대응 공동TF’ 구성 등 3대 요구안을 노조에 내놨다. 회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식 공문을 노조에 전달하고 임금협상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단협 가운데 고용노동부로부터 위법인것으로 지적돼 자율시정 권고를 받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지난 4일 현대차에 ▦업무상 사망한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유일한 교섭단체 ▦노조 운영비 지원 등을 임금협상 개시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현대차 단협에는 ‘업무상 사망한 조합원 자녀나 배우자 가운데 1인에 대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특별채용한다’는 규정이 있다.
사측은 이와 함께 2015년 단체교섭에서 합의한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과 통상임금 문제 해소, 호봉제 개선을 포함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선 등도 요구했다.
아울러 영업이익의 하락, 국내외 판매 감소에 따른 최근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위기대응 공동TF’를 구성해 품질 향상, 인력과 차종 유연성 확보, 노사 공동 이미지 향상 활동 등에 노조가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상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은 현대중공업 사측도 노조에 많은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은 앞서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3월 창립 44주년 담화문에서 “일감이 줄어든 만큼 호황기에 만든 지나친 제도와 단협을 현실에 맞게 고쳐 나가야 하며 노조도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천명했었다.
사측은 이에 따라 지난 10일 시작한 올해 임단협에서 ‘호황기 때 만든 단협이나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원칙아래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과 해외연수 중단 ▦임금피크제 확대 ▦20년 미만 장기근속 특별포상제 폐지 ▦미사용 생리휴가 수당 지급 중단 ▦탄력ㆍ선택적 근로시간제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현대차와 현대중 사측의 ‘역공’에 대해 양 사 노조는 “회사가 열심히 일한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경영위기의 책임을 전가한다면 더 큰 저항에 봉착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향후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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