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수. /사진=SK
SK 마무리 박희수(33)가 평균자책점 제로(0)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년간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한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경기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부담스러운 보직을 맡아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 팀 승리를 모두 지켰다. 17일까지 14경기 연속 무실점, 9차례의 세이브 상황에서 세이브를 수확했다. FA(프리에이전트) 윤길현(롯데)과 정우람(한화)의 이탈로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혔던 SK 불펜은 어느새 강점으로 바뀌었다.
투수는 아무리 훌륭한 에이스라도 점수를 주기 마련이기 때문에 박희수의 무실점 행진도 언제든 끊길 수 있다. 그러나 선수라면 누구나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낸다. 이 때 양면성이 존재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기록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책임감이 더 강해지고 집중력도 올라간다. 반대급부로는 지나치게 의식 하다가 스스로에게 발목이 잡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일부러 점수를 주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김용희(61) SK 감독은 '미스터 제로' 박희수에 대해 "부담과 자신감 둘 다 있을 것"이라면서도 "마무리는 긴장되는 자리다. 또 오랜 시간 재활을 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 완벽히 없었을 텐데 몇 차례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자신감이 분명 생겼을 것"이라고 해석을 했다.
사실 개막 전까지 '마무리 박희수'는 걱정이 컸다. 스프링캠프부터 착실히 몸을 만들어 공을 던졌지만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7경기에 나가 6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7실점(6자책)을 했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8.53에 달했다. 그러나 뚜껑을 여니까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달 7일 롯데전에서 처음 나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은 뒤 곧바로 이어진 LG와 8~10일 3연전에 모두 나가 세이브 2개를 챙겼다. 나흘 연투로 건강한 박희수의 귀환을 알렸다.
그는 직구 평균 시속이 134.2㎞에 불과하지만 상대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느린 속도는 회전 수와 볼 끝으로 상쇄한다. 특히 주무기 투심의 구위가 살아난 영향이 크다. 박희수는 투심을 앞세워 2012년 34홀드, 2013년 24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2014년 어깨 부상 이후 기나긴 재활을 하고 지난해 막판에 돌아왔을 때 부상 재발 우려 탓에 공을 세게 때리지 못했다. 김 감독은 박희수의 등판 간격과 투구 수를 조절해주며 오늘보다 내일을 봤다. 그리고 결국 박희수는 철저한 관리 속에 전성기 구위를 되찾았다.
박희수는 올해 현재 1승 9세이브 평균자책점 0에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0.98, 피안타율 0.127로 수준급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는 "솔직히 기록은 크게 욕심이 없다"며 "2년 가깝게 재활을 하면서 쉬다 보니까 성적을 내는 것보다 1군에서 던지는 자체 만으로 좋다. 지금 아픈 곳은 없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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