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밀집지역 민원 많아
강남대로변에 10개 시범 설치
투입구는 커피용기 크기로 설계
3개월 뒤 확대여부 판단하기로
서울 서초구가 강남대로변에 없앴던 쓰레기통을 4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모든 길거리(가로) 쓰레기통을 없앤 채 쓰레기 발생 억제 정책을 유지해 오던 서초구가 유동인구 밀집지역에 한해 선별적 수거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서초구는 19일부터 강남대로 강남역∼신논현역 800m 구간에 재활용 분리수거함 10개를 시범 설치한다고 18일 밝혔다.
일반 쓰레기는 버릴 수 없고 순수 재활용 쓰레기만 투입하게끔 제작된 분리수거함은 아이스커피와 종이컵 모양으로 각각 5개씩 제작됐다. 100m 간격으로 설치되는 분리수거함의 크기는 높이 120㎝, 폭 70㎝다.
아이스커피용기 모형 분리수거함은 페트병과 비닐류, 종이컵 모형 분리수거함은 종이컵과 병ㆍ캔류를 수거한다. 분리수거함 모형이 다른 만큼 모형만 보고도 쉽게 분리수거가 가능하다. 단 재활용 쓰레기가 아닌 일반 쓰레기의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분리수거함의 투입구는 사이즈가 큰 아이스커피 컵 크기로 설계됐다. 분리수거함에는 쓰레기가 꽉 차면 실시간으로 환경미화원에게 전달되는 센서가 부착된다. 구는 앞으로 3개월간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 분석해 분리수거함 설치 확대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서초구는 2012년 강남대로변의 가로 쓰레기통 140개를 모두 없앴다. 생활쓰레기 무단 투기에 따른 처리비용 증가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 등 유동인구 밀집지역만이라도 쓰레기통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강남대로를 경계로 서초구와 맞닿은 강남구가 강남역 일대에 100m 간격으로 쓰레기통을 설치하면서 극명하게 갈린 강남역 일대 모습은 시민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서울 대표 ‘부자 자치구’간 행정 대결로까지 비춰졌을 정도다.
서초구는 이번 강남대로변 분리수거함 설치가 쓰레기 억제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동인구 밀집지역의 쓰레기가 일회용 커피용기 등 대부분 재활용품인 만큼 재활용품만 제대로 수거해도 자원재활용과 가로환경 정비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초구가 지난해 12월부터 세 차례 수거ㆍ분석한 강남대로 쓰레기 비율은 플라스틱컵(36.4%)과 종이컵(36.2%)을 비롯해 병류(12.1%), 캔류(10.3%) 등 재활용품이 95% 가량이었다. 담배꽁초와 광고전단 등은 5%에 불과했다. 또 같은 기간 강남역 일대 800m 구간의 1일 쓰레기배출량을 비교한 결과 서초지역(188.4㎏)에 비해 강남지역(800㎏)이 4배 넘게 많았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쓰레기통 전면 철거로 쓰레기 배출량이 감소한 효과와는 별도로 길거리 재활용 쓰레기의 효율적인 처리 방안으로 고심하다 분리수거함을 시범 설치한 만큼 확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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