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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골프클럽 길이가 같게… 디섐보의 상식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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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골프클럽 길이가 같게… 디섐보의 상식파괴

입력
2016.05.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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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아이언부터 60도 웨지까지 10개의 아이언 샤프트 길이가 같은 골프 클럽을 사용하는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
3번 아이언부터 60도 웨지까지 10개의 아이언 샤프트 길이가 같은 골프 클럽을 사용하는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제80회 마스터스에서 무명의 대니 윌렛(29ㆍ잉글랜드)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화제가 된 인물이 있었다. 미국의 아마추어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22)다. 그가 주목을 끈 이유는 아마추어로는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21위를 기록한 것보다는 아이언 클럽 때문이었다. 디섐보의 아이언 클럽은 모두 길이가 같았다.

디섐보의 3번 아이언부터 60도 웨지까지 10개 아이언은 샤프트 길이 37.5인치, 헤드 무게 280g으로 동일하다. 모든 클럽을 일반적인 6번 아이언 클럽 길이에 맞췄다. 각 아이언 클럽마다 로프트 각도만 4~5도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클럽 번호가 낮아질수록 0.5인치씩 길어지고 헤드 무게도 7~8g씩 가벼워지는 일반 아이언 클럽과 비교하면 상식 파괴의 클럽이다.

디섐보는 상식 파괴 클럽을 사용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아마추어 골프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래서 길이가 같은 아이언의 효과 여부와 과학적 근거에 대해 관심과 궁금증이 증폭됐다.

디섐보가 독특한 클럽을 쓰게 된 이유는 ‘동일하고 같은 속도로 스윙하기’ 위함이다. 클럽 길이와 무게가 같으면 동일한 자세로 일관성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다는 게 디섐보의 생각이다. 이는 아마 모든 골퍼들의 바람일 것이다.

보통 아이언 클럽은 로프트가 거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샤프트 길이는 거리에 20% 정도의 영향만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디섐보는 샤프트 길이를 같게 만드는 대신 2~3도씩 로프트 차이를 주는 일반 클럽과 다르게 5도 가량 로프트를 조정하며 각 클럽별로 10야드씩 일정하게 거리차이를 조정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같은 길이의 아이언 클럽이 왜 이제야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사실 같은 길이의 골프 클럽은 1986년 캐나다의 한 골프 용품 회사가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생소한 골프 클럽에 대한 두려움과 상업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같은 길이의 아이언 클럽은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디섐보도 클럽별 거리 차이를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 2주 동안이나 피팅을 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각자의 스윙 스피드와 키 등에 따라 로프트 조정 편차가 커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골프 피팅은 과거에 비해 대중화돼 있다. 동네마다 한 두개쯤 있는 피팅샵에 가면 누구라도 대량 생산 클럽이 아닌 자신의 스윙에 맞는 골프클럽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누구라도 조금만 더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면 많은 골퍼들이 바라던 ‘동일하고 같은 속도로 스윙할 수 있는 아이언 클럽’ 만들기가 가능하다. 그래서 디섐보의 상식 파괴 클럽에 더 관심이 커진 것일 수 있다. 미국의 한 젊은 괴짜 골퍼로 인해 촉발된 같은 길이 골프 클럽에 대한 관심이 골프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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