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세금, 최저임금 정책을 번복하더니, 이번에는 한반도 정책에서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17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과 대화하겠다. 그와의 대화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집권에 성공할 경우 북한 김정은 정권을 강하게 몰아 붙이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그 동안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김정은을 상종하지 못할 대상으로 지칭해왔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펜실베이니아 등 동북부 5개 지역 경선에서 완승한 뒤에는 “핵무기가 오늘날 이 세상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김정은이 더 이상 나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여 우회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발언을 글자 그대로 따지면 불과 며칠 만에 한반도에 대한 외교ㆍ안보 구상을 180도 바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외교가와 전문가들은 종잡을 수 없는 행보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리고 있다. 우선 확실한 한반도 정책이 없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이 나오고 있으며, 이날 발언도 ‘원칙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따지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철수 등 한국 사회에 우려를 고조시킨 이전 발언도 상황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소식통은 “오락가락하고 모순적이어서 현 시점에서는 드러난 발언 만으로는 정책 구상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부정적 발언이라도 트럼프가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측면으로 이해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북한 문제에 더 유연하게 접근할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장은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집권하면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공격적 자세를 취할 수도 있겠지만, 잠재적인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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