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보름 만에 중대 위기
鄭측 “친박 자폭테러로 공중분해”
오늘 5ㆍ18 기념식엔 참석할 듯
김용태 “그들에게 무릎 못 꿇어 오늘 정당 민주주의 죽었다”
친박계의 지원으로 비상시국의 새누리당 원내사령탑에 선출된 정진석 원내대표가 취임 보름 만에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친박계 위주의 원내대표단 인선으로 ‘도로 친박당’이라는 오해까지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친박계의 집단적인 비토로 거취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17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가 무산되자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꾹 닫은 채 회의장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을 떠났다. 그는 이날 국회로 돌아오지 않고 시내 모처에서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에게 “같이 살자고, 어떻게든 당을 구하자고 하는 일인데”라며 허탈한 듯 속내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 측은 이날 회의가 무산된 뒤 “친박계의 자폭테러로 당이 공중 분해됐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오늘 전국위와 상임전국위가 열리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당무를 논의할 기구가 없어졌다”라며 “당을 이끌 책임 있는 당직자도 없어진 셈”이라고 성토했다.
정 원내대표를 제외한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이날 별도로 모여 회동을 가졌으나 초유의 사태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회의 직후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은 “우리가 길을 찾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혁신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초강경 기조로 대응했다. 김 의원은 이날 회의 무산 뒤 곧바로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퇴 회견을 만류하는 김성태, 김학용 의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완력으로 두 사람을 밀쳐내고 기자회견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며 “이제 국민과 당원께 은혜를 갚고 죄를 씻기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이틀간 우리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가졌다. 당원과 국민의 마지막 기대를 한 눈에 받았다”며 “국민과 당원께 엎드려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라며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