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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초코파이 더 먹어… 아직도 단내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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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초코파이 더 먹어… 아직도 단내가 나요”

입력
2016.05.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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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문배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강수철 오리온 파이개발팀장은 “초코파이정(情) 바나나를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간식으로 자리매김 시키겠다”고 말했다. 오리온 제공
17일 서울 문배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강수철 오리온 파이개발팀장은 “초코파이정(情) 바나나를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간식으로 자리매김 시키겠다”고 말했다. 오리온 제공

히트작 ‘초코파이 바나나’ 책임

“속 하나 바꿨는데 과분한 사랑

글로벌 간식으로 만들 것” 포부

입에선 아직도 단내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하루 평균 50개씩 먹어 치운 초코파이 탓이다. 질릴 법도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싫은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17일 서울 문배동 오리온 본사에서 만난 강수철(42) 오리온연구소 파이개발팀장은 ‘초코파이정(情) 바나나’에 대해 “속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말했다.

초코파이정(情) 바나나는 요즘 식품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이다.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물량을 맞출 수가 없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오리온이 올해 3월 야심작으로 선보인 초코파이정(情) 바나나는 4월에만 2,000만개 넘게 팔려 나갔다. 오리온은 이 제품 하나만으로 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품업계에서 히트상품의 기준으로 일컫는 ‘월 평균 매출 20억원’의 3배 수준이다. 지난 43년 동안 ‘국민 파이’로 군림해 온 원조 초코파이정(情)의 4월 판매량이 3,000만개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하지만 대박 제품의 탄생 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실 앞이 캄캄했어요. 워낙 원조 초코파이정(情)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에 뒤를 이을 제품을 개발하라는 책임이 주어졌을 때 암담했습니다.” 강 팀장은 ‘2세대 초코파이를 개발하라’는 회사의 특별 지시가 떨어진 3년 전 봄을 이렇게 떠올렸다.

“‘초코파이’란 제품명을 바꾸지 않은 채 2세대 제품을 내놓기 위해선 속을 바꿔야 했어요. 흰색의 마시멜로에 변화를 줘야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쫄깃하고 감미로운 마시멜로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초코파이 본연의 맛도 유지시켜 줄 성분 찾기는 강 팀장에게 어려운 숙제였다. 그는 “배, 사과, 딸기 등 각종 과일은 물론이고 호두 잣과 같은 견과류까지 닥치는 대로 집어 넣어 시식에 들어갔다”며 “밥보다 초코파이를 훨씬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초코맛과 궁합이 잘 맞는 바나나를 찾았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식감을 높이기 위해 초코파이 두께를 25㎜에서 30㎜로 높이려 하자 공장에서 난리가 났다. 기존 생산시설을 바꿔야 했기 때문에 공장 측에서 반발한 것이다.

“방법이 있나요. 직접 청주 공장으로 내려가 2개월 넘게 난상 토론하면서 설득 작업에 들어갔어요. 결국 현장에서도 소비자들을 위한 선택이란 점에 공감하고 따라줬습니다.”

강 팀장은 이처럼 어렵게 탄생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 받은 초코파이정(情) 바나나를 해외로 가져갈 생각이다. “제가 ‘파이 인생’으로 살아왔어요. 초코파이정(情) 바나나를 전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간식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떨리는 강 팀장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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