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ㆍ혁신위 출범 무산
총선 패배 모든 책임 전가에 불만
세 과시 했지만 黨을 더 큰 위기로
최경환 의원 측 “무관한 일” 해명
새누리당 친박계가 17일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사실상 무산시키면서 자신들이 당의 대주주임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문제는 비박계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및 혁신위원회 출범을 저지하는 친위 쿠데타에 성공했지만 당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점이다. 친박계가 계파 논리에 매몰돼 정치적 방향성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하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정진석 원내대표의 독선 때문”이라 주장한다. 당내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 인선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앞서 원내수석부대표로 주류 친박계로 분류되는 다른 재선 의원을 밀었는데, 정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김도읍 의원을 임명한 데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친박계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진 빚을 갚으라고 거듭 요구했는데, 정 원내대표가 빚진 게 없다고 하자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박계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비대위ㆍ혁신위 출범을 무산시킨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4ㆍ13 총선 패배 원인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가 ‘옥새 파동’으로 당 공천 과정을 희화화하는 등 비박계 책임도 있는데 총선 패배 책임을 친박계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친박계 시각이다. 당 안팎에서 총선 주요 패인을 진박마케팅과 보복공천 등에서 찾는 분석과는 상당한 인식 차가 있는 것이다.
친박계가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과 이혜훈 당선자 등의 비대위원 합류에 대해 “지난 총선에 책임이 있는 당 실무책임자였거나 공천 갈등이나 파국 속에 책임을 면키 어려운 분들도 포함돼 있다”며 문제삼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홍 사무부총장은 김무성 전 대표, 이 당선자는 유승민 의원과 각각 가까운 인사다.
일각에서는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의 친위 쿠데타가 친박계의 조직적 공세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대위ㆍ혁신위 출범 저지를 통해 친박계가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실리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친박계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 측이 상임전국위 무산 직후 “최 의원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적극 해명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일부 확인됐지만, 친박계가 구심점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임전국위가 무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는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며 지난 공천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일제히 지목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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