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엔 캐시카이 정상 인증
“35도부터 재순환장치 미작동”
임의설정 핵심 문제도 서류 포함
업계 “은폐 사실 아니었다” 지적에
환경부 “온도 측정위치 생략” 반박
환경부가 의도적인 불법행위(임의설정)라고 판명한 닛산 디젤차 캐시카이의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에 대해 지난해 11월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인증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기준치의 20배를 넘는 질소산화물(NOx)을 내 뿜는 차가 시판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는데 허용을 해 준 뒤 반년 만에 다시 정반대 결론을 내린 것이어서 일관성 없는 뒷북 행정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배출가스 인증을 받아야만 국내에 판매될 수 있다. 인증 관련 서류에는 EGR 작동 조건과 관련 부품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도 포함된다. 문제의 캐시카이도 국내 판매 전인 지난해 11월24일 배출가스와 소음 인증을 정상적으로 마쳤다. 당시 인증은 서류로 진행됐다.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에서 인증을 통과한 경우엔 별도 주행시험 없이 서류로만 인증 여부를 심사한다.
당시 닛산은 프랑스의 자동차 인증기관 ‘UTAC’에서 받은 캐시카이 배출가스 관련 서류를 국내에서도 제출했다. 이 서류에는 환경부가 16일 실외 도로주행 측정결과를 발표하며 임의설정의 핵심으로 지목한 캐시카이의 EGR 관련 설정도 들어가 있었다. 닛산은 “고무재질 부품과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흡기 온도가 35도 이상이면 EGR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닛산이 캐시카이에 대해 정상 인증 절차를 밟았으며 의도적인 불법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는 근거다.
이 같은 설정은 45~60도에서 EGR 작동을 멈추는 다른 업체의 디젤차들보다 더 많은 NOx를 뿜어낸 원인이었지만 지난해 11월 인증 심사 당시에는 제대로 걸러지지 못한 셈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증 당시 35도 설정이 포함됐는데 환경부 발표는 마치 도로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해 은폐된 사실을 새로 밝혀낸 것처럼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환경부는 EGR의 35도 작동 조건은 알았지만 온도 측정 위치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17일 “한국닛산의 인증 서류에는 흡기 온도 측정 위치가 엔진 부근이라는 사실이 생략돼 차량 범퍼 부근 온도인 것처럼 혼란을 초래했다”며 “또 실도로 주행 시험 결과를 제출하면서 흡기 온도가 35도를 넘을 경우 EGR가 멈추고 배출가스가 과다 배출되는 그래프를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임의설정 사실을 감추려 한 의도가 짙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환경부가 사전에 제대로 인증을 했다면 NOx를 기준치의 20배 이상 내뿜는 차가 국내 도로에서 달릴 수 없었다는 지적이 적잖다. 더구나 캐시카이 배출가스 인증은 지난해 9월 말 미국에서 시작된 폴크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국내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한 시점에 이뤄졌다.
‘뒷북 조치’ 논란에 대해 김정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장은 “인증 때 서류상으로 보기 때문에 100% 확인을 못한다”며 “그래서 수시검사를 해마다 하고, 외국 정부도 배출가스 인증 뒤 수시검사를 통해 불법조작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세종=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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