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앙숙’ 메긴 켈리(폭스 뉴스 여성앵커)와 그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17일 밤(현지시간) 방영될 예정이어서 인터뷰 내용은 물론, 방송 이후 트럼프에 적대적이었던 여성 유권자들의 여론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폭스뉴스가 16일 공개한 ‘인터뷰 주요 발언’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을 강력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다른 모든 이들처럼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수많은 미국인이 국가로부터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나는 (성난 미국인들의 분노를 대신하는) 일종의 메신저”라고 자평했다.
집단 따돌림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도 밝혔다. 트럼프는 “따돌림을 당한 적이 없지만 인생 후반에 괴롭힘을 받는 이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에 켈리는 “45세에도 그런 일(따돌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켈리는 11월에 45번째 생일을 맞는데, 자신을 막말 표적으로 삼아 괴롭힌 트럼프를 우회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켈리는 특히 인터뷰 녹화 이후 트럼프에 대한 비판 발언을 삼가고 있다. 켈리는 인터뷰 방영 하루 전인 16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어 “여성 공화당원들은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지만, 이전 보다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미트 롬니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여성 지지율에 있어 11%포인트나 뒤처졌던 점을 거론하며 “트럼프가 롬니보다 더 많은 여성표를 받아야 한다”며 옹호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트럼프와 켈리의 악연은 지난해 8월 공화당 경선후보 TV토론회에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켈리가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자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왔다. 다른 데서도 피가 나왔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월경 때문에 예민해져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후로도 ‘미친 켈리’ ‘빔보(섹시하지만 멍청한 여자)’라며 험악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달 뉴욕에서 비밀 회동을 했고 트럼프가 켈리의 토크쇼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둘의 관계에 극적인 반전을 가져왔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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