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글귀 비추는 조명 인기
용산구는 주민제작 동영상 띄워
성동구청 외벽엔 힐링 문구
‘오늘도 힘들었구나 내 아들, 딸아 힘내자 파이팅’.
서울 동작구 상도4동 한 독서실 앞 도로에는 해가 지면 가로등과는 별도로 또 다른 조명이 불을 밝힌다.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읽으면 힘이 날 만한 문구가 조명과 함께 빛나면서 그 곳을 지나는 주민들의 밤길을 지킨다. 중학생인 심영서(15)양은 “독서실에 가기 위해 어두운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좀 무서웠는데, 지금은 길 위 메시지를 보면 힘이 나고 발걸음이 좀 가볍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주민들 제안으로 시작된 ‘골목길 경관조명 프로젝트’는 문구 선정부터 설치장소까지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한 주민참여형 사업이다. 주민들이 선정해 동네 골목길을 밤마다 비추는 문구는 ‘친구야 정말 보고싶다’ ‘꿈꾸는 당신은 멋쟁이’ 등 총 4개다.
동작구 관계자는 “도심의 여러 빌딩 외벽에 크게 적힌 글을 볼 때 편해지는 마음을 동네 골목길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사례처럼 힐링 행정에 나서는 서울의 자치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의 ‘광화문글판’과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의 ‘꿈새김판’ 등 도심 한복판에서나 보던 희망 문구를 자치구들도 주민들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공개할 문구 등을 주민들과 함께 고르며 양방향 소통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과거 단순한 행정 정보가 구청 게시판과 전광판을 채웠다면, 이제 짧은 문구 형태의 메시지로 주민들 마음 한 켠에 희망과 휴식을 주는 방식이 대세다.
문구뿐만 아니라 짧은 동영상도 소통창구의 하나다.
용산구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구청 대형 전광판을 통해 주민들의 가슴 속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구민들은 직접 제작한 최대 1분 분량의 이미지나 동영상이 기념일이나 특정 시간대에 대형 전광판에 송출되도록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이미지나 동영상 제작이 어려운 경우 구에 부탁해도 된다.
박경임 할머니는 “사랑한다고 꼭 말하고 싶은데 당신이 너무 멀리 있어서 들릴지 잘 모르겠네. 여보 사랑해요”라며 사별한 남편에게 애틋함을 전하는가 하면, 이성배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나만 맨날 가냐? 너도 우리 집 좀 오거라”하며 ‘밀당’을 시도했다.
16일 현재 구청 대형 전광판에는 하루 두 차례(오전11~1시, 오후6~8시) 총 27건의 이미지와 동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미지나 동영상의 송출 날짜와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다만 정치ㆍ상업적 메시지, 욕설과 비방을 비롯해 폭언ㆍ명예훼손 메시지는 송출에서 제외된다. 용산구 관계자는 “송출을 신청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며 “주민들 호응이 좋으면 송출기간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성동구 등도 구청 청사 외벽에 주민들을 위한 여러 문구를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휴일에 가족들과 외식을 마치고, 예약한 시간에 전광판 앞에 도착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들려주는 경우도 봤다”며 “주민 호응에 따라 이달만 시범 운영하려던 계획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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