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정책 책임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면전에서 구조조정에 기반한 ‘공급측 개혁’을 강조했다. 리 총리가 추진해온 양적완화ㆍ경기부양 중심의 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 공산당의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 회의를 주재하면서 공급측 구조개혁 실행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공급측 개혁은 세계 경제상황과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新常態ㆍ뉴노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놓은 정책방향”이라며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능력과 재고를 줄이는 데 정책의 최우선순위가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생산ㆍ재고ㆍ차입의 축소와 원가절감 등 공급측 개혁의 핵심과제들을 일일이 거론한 뒤 “어려움이 많고 진통이 있더라도 결코 회피하거나 머뭇거려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부 정책은 추가적 연구가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일부 지방은 아직도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시 주석이 특정지역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이미 폐업한 철강회사들에까지 사실상의 보조금을 지급해 공장이 재가동된 사례가 확인된 중부ㆍ동북부 일부 도시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측 개혁은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재경영도소조 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뒤 중국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채택됐다. 과도한 행정적 자원분배에 따른 비효율적인 공급을 줄이되 수요 변화에 맞게 공급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베이징 정가에선 시 주석의 연이은 공급 측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을 대내외에 공식화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시 주석의 이번 언급은 지난 9일자 인민일보에 게재된 익명의 ‘권위있는 인사’의 인터뷰, 이튿날 공개된 본인의 지난 1월 강연 내용 등과 맥을 같이 한다. 통화팽창을 통한 경기부양책 대신 당장의 성장둔화와 실업문제를 감수하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회의는 리 총리와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 등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돼 공식적으로 경제정책의 방향 전환을 모색한 자리의 성격이 짙다. 또 시기적으로는 지난달 국내총생산(GDP)ㆍ광공업생산ㆍ고정자산투자ㆍ소매판매 증가율 등 각종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온 직후다. 게다가 최근 들어 외신들은 앞다퉈 “중국이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는 상황이기도 하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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